[사설]野, 문재인 박지원 경선으로 국민 무관심 극복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내년 2월 8일 열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 경선이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 2명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당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 의원은 어제, 박 의원은 그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항마로 거론된 김부겸 전 의원은 출마를 고사했다. 이변이 없는 한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차기 당 대표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내세우면서 자신만의 색깔 있는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이 거듭나려면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와 호남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하지만 문 의원은 친노의 대표, 박 의원은 호남의 대표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문 의원이 “계파 논란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큰소리치고, 박 의원이 “통합 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한 것은 공허하게 들린다.

이들이 지난 과오를 반성할 줄 모르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공통점이다. 문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사면 복권시켜 정치적 재기의 길을 터준 책임이 있다. 그는 통진당 해산에 대해서도 공공연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과의 동조 단식으로 세월호 특별법 합의 파기를 주도하는 등 정치적 고비마다 새정치연합이 강경 투쟁으로 돌아서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2년 대선후보로 나서 패배한 것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비리 연루와 잘못된 언행으로 수도 없이 세인의 입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지금도 저축은행 관련 비리 혐의 등 3건의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유달리 온정적이다. 이들의 대결 구도로는 내년 2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행사가 되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당 대표는 2016년 총선을 주도하고 2017년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누가 새 대표가 되고, 어떤 리더십으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느냐에 당의 재기 여부가 달려 있다. 전당대회가 과거 회귀적이고 계파 간 세(勢) 대결의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새정치연합에 불행한 일이다. 유권자들은 이제 새정치연합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을 이끌 인물이 그렇게도 없느냐”는 탄식이 이곳저곳에서 나오지만 새정치연합에는 잘 들리지 않는 듯하다.
#문재인#박지원#당 대표 경선#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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