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선실세 의혹 풀려면 박지만 씨 조사 불가피하다

  • 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 씨가 그제 검찰 조사에서 박지만 EG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요구했다고 한다. 주간지 시사저널이 3월에 보도한 ‘정윤회, 박지만 회장 미행’ 기사와 관련해서다. 그는 ‘정윤회 동향’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에 앞서 7월 시사저널 기사도 사실이 아니라고 고소했다. 두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함께 수사하고 있고 그제 정 씨는 두 사건 모두에 대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두 기사는 비선실세 정 씨와 대통령의 혈육인 박 회장이 권력다툼을 벌인다는 의혹을 담고 있다. 친인척 문제로 국민의 걱정을 사지 않기 위해 “동생 부부는 가족으로서 섭섭하겠지만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는 박 대통령에게는 기막힌 일일 것이다. 대통령 가족의 동향을 살피는 공식기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시사저널은 익명의 여권 관계자의 전언을 통해 ‘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한 오토바이 기사로부터 정 씨가 시켰다는 자술서를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아닌 정 씨 측이 박 회장에게 미행을 붙인 것이 맞다면 정 씨가 비선실세라는 결정적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검찰 조사에서 정 씨는 박 회장을 미행한 적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박 회장 측 사람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도 “시사저널 보도는 100% 오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정 씨 측의 미행을 확신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검찰의 서면조사에 지금까지도 답변하지 않았다. 정 씨는 정 씨대로 억울하겠지만 박 회장도 대통령 동생으로서 자중자애해왔다는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최근 자체 특감을 통해 세계일보에 보도된 문건 작성과 유출에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비롯해 박 회장의 측근까지 포함돼 있다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정 씨의 말대로라면 엄청난 불장난을 하고 그 불장난에 춤춘 자가 이들인 셈이다. 검찰은 이 문건이 찌라시 수준의 허위내용이라고 결론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윤회-박지만 권력암투설을 규명하지 않는 한, 나라를 뒤흔든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기 어렵다.

박 회장은 “정 씨가 계속 거짓말을 할 경우 내가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12일 출국하기로 계획했던 동남아 여행을 돌연 취소한 것을 보면 진실을 밝힐 의도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궁중암투 의혹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도 검찰은 박 회장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비선실세#박지만#정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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