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2조 원 돌파한 국고보조금 못 먹는 사람만 바보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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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책 목표에 따라 민간단체나 개인 사업자의 활동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한다. 2006년 30조 원에서 올해는 52조5000억 원 규모로 늘어나면서 국가 예산의 15%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 보조금, 화물차 유가 보조금, 선박 유류세 보조금, 직업능력개발 보조금, 씨름대회 보조금 등 지원 분야가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보조금이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 돼 버렸다.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란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1년간 약 3119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부당하게 타내거나 유용한 5552명을 무더기로 적발해 253명을 구속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작년 12월 공조수사체제를 구축해 집중 단속한 결과다. 이번에 적발된 3119억 원은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발생한 국고보조금 관련 비리 규모를 1700억 원으로 추정한 것에 비교하면 갑절에 가까운 수치다.

이번 수사를 통해 거의 모든 분야에 보조금 비리가 만연해 있음이 확인됐다. 보건복지부터 문화체육 분야까지 캐면 캘수록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비리가 드러났다. 돈을 지정된 용도 외로 사용한 보조금 횡령이 53%, 받을 요건과 자격을 거짓으로 꾸민 보조금 편취가 40%에 이른다. 정부가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나눠주다 보니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과 횡령이 고질적 구조적 병폐가 된 것이다.

뒤늦게 정부는 비리가 드러나면 해당 사업을 폐지하거나 보조금 부정 수급자에게 수령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게 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서둘러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검경의 지속적인 단속과 더불어 보조금의 선정 집행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반적 관리체계에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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