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의 이완구 박영선 원내대표, 주호영 우윤근 정책위의장이 어제 청와대에서 가진 5자 회동은 모처럼 국민에게 희망을 준다. 국정 운영의 실질적인 주체들이 지금 이 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들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의 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5자의 정례적인 회동을 박 대통령이 제의했다니 드디어 대통령이 ‘불통’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결심을 한 듯해 반갑다.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의 매주 정기회동에 이어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까지 상시 만남을 갖는다면 상생(相生)의 정치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 정치가 바로 이런 모습이다. 14일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이후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회동도 이뤄지기 바란다.
이날 회동에서 박 원내대표는 김명수 교육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잘 알겠다.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 특히 김 후보자는 교육수장은 물론이고 부총리로서의 업무 수행 능력이나 소신, 도덕성을 보여주지 못해 국민의 실망이 크다. 만일 박 대통령이 ‘참고’만 하고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모처럼 열린 소통과 상생의 문은 그대로 닫힐 수밖에 없다. 인사권이 아무리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는 해도 야당의 일리 있는 견해와 여론, 민심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남북 대화를 위한 5·24조치의 해제를 건의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은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추진하겠다며 여야가 함께 통일 준비를 하자고 제의했다. 박 대통령은 생활비 줄이기와 청년 일자리 늘리기,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선 공감을 표시하거나 “챙겨보겠다”고 답변했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에게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세월호 사고 후속 대책을 위한 법안들과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런 대화가 빈말로 끝나지 않기 바란다.
대통령과 여야가 소통과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국민은 반갑고 고맙다. 지금 우리 앞에는 사회 전반의 안전 수준을 높이고 관료사회의 적폐와 부조리를 타파해야 할 막중한 과제가 놓여 있다. 활기를 잃어가는 경제와 민생도 살려내야 한다. 외교안보 상황도 엄중하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여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