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문명]민주당이 살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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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오피니언팀장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올 3월 인터뷰한 권노갑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민주당이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이 대변할 계층은 중산층 노동자 농민 그리고 서민”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민주당을 보며 그의 말을 떠올리는 건 현재 민주당이 누구를 대변할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누구를 적으로 만들 것인지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김용민 막말’ 파문으로 총선에서 진 게 엊그제인데 또다시 막말 정치를 하는 민주당을 보면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정치 개혁’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국민의 눈높이를 의식하지 않는 무례한 언행이 이어진다면 민주당은 아무리 바른 말을 한다고 해도 지지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부터 다시 해야 한다.

민주당은 우선 시대적 가치를 따라잡는 데 실패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새누리당에 선점당했다.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슬그머니 다시 나와 막말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인적쇄신부터 해야 한다. 과거 민청학련 사건을 주도해 사형선고를 받았던 이철을 영입해 1985년 2·12 총선의 돌풍을 일으켰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심복들의 출마를 포기시키고 대신 재야인사들을 수혈해 당의 활력을 만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기자는 지난해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전에 민주당 내 핵심 이론가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에게 “386 의원 10명만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하고 대중 속으로 들어간다면 국민들이 386과 민주당을 다시 볼 것”이라고 했더니 그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민주당 내 어느 386 정치인에게도 그럴 용기는 없다”고 했다.

천주교에 피정(避靜)이라는 제도가 있고 불교에도 만행(萬行)이라는 게 있다. 경우는 다르지만 중국 공산당엔 ‘하방(下放)’이라는 장치가 있어서 매너리즘에 빠진 지도자들을 훈련시키고 스스로 반성하게 한다. 민주당이 자기 정화 차원에서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민주당이 표방하는 대표적인 가치가 ‘민주주의’라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민주화는 우리 사회 공동선(善)임이 틀림없음에도 젊은층에선 다소 진부한 것으로 치부되고, 심지어 풍자의 대상이 되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 사회는 이제 산업화 민주화의 시대를 지나 개인화(personalize) 개성화(individualize) 단계를 지나는 중이다. 민주화는 중요하지만 이제는 개인의 성취와 자아실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젊은이들이 훨씬 많다, 국민들의 꿈은 한마디로 ‘행복’이다. 사회적 행복을 위한 복지 정책과 젊은이들의 다양한 꿈, 이해를 대변하고 도와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무엇보다도 그런 ‘마인드’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국정원 댓글 논쟁을 두고 국민들이 국정원을 비판하면서도 다른 한쪽으론 이것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민주당에 선뜻 공감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댓글’ 몇 개로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를 바꿀 정도로 의식이 낮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미국의 민주당을 보자. 국익을 앞세우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일관된 정책을 펴 왔다. 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면서 계속 지도자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 지지계층인 백인의 절대숫자 자체가 줄고 있다보니 공화당 내에서는 향후 집권이 아예 어려운 것 아니냐 하는 비관론이 팽배해 있다.

지금 민주당은 위기다. 어떤 면에선 존망의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당이 잘되지 않는 나라, 여당이 독주하는 나라는 결코 잘될 수가 없다. 민주당이 선배들의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돌아보고 새롭게 태어났으면 한다. 야당에 대한 애정에서 하는 부탁이다.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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