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짓과 선동 앞세운 역사교과서 공격 실망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보수 성향 학자들이 집필자로 포함돼 있는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일부 매체와 야권이 근거 없는 비판과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 교과서는 내년 학기 사용을 위해 현재 검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최종 합격 여부는 8월 말 결정된다. 일부 매체는 2008년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펴냈던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와 집필 방향이 같을 것이라고 예단하면서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왜곡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일부 진보 교육감, 일부 누리꾼도 공격에 가세했다.

이 교과서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최종 합격 판정을 받기 전에 공개하는 것은 합격 취소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이 실려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뉴라이트 교과서’로 몰아세우는 것은 ‘마녀사냥’과 다름없다. 이들은 교과서 저자들이 소속된 한국현대사학회가 뉴라이트 성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 6명 가운데 현대사학회 소속은 2명이다. 현대사학회 측은 자신들이 보수 성향 단체인 것은 맞지만 뉴라이트 활동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교학사 교과서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 내용들은 대부분 사실무근이다. 민주당은 이 교과서가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4·19 혁명을 학생운동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했으나 교학사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해명했다. 뉴라이트 계열의 대안교과서도 4·19를 민주혁명으로, 5·16은 쿠데타로, 5·18은 민주화운동으로 기술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대안교과서가 ‘유관순은 여자깡패, 일본군 위안부는 성매매업자’라고 썼다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으나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유언비어들이 그럴듯하게 통용되고 있다. 근현대사 학계는 민중사관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에서 좌파 역사관을 지닌 교사들을 키우고 이들이 학생들에게 같은 역사관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가 유포된 이후 교학사 출판물의 불매운동을 벌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저자를 상대로 인신공격이 자행되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제1야당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해 왜곡과 마녀사냥을 부추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자신들의 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없는 말까지 지어내거나 사실 확인도 않고 믿어버리는 행태는 실망스럽다. 야권은 공식 사과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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