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연말정산 자료를 제출할 때 이용하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2012년도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홈페이지를 지난달 15일 연 뒤 21일까지 계속 수정하면서도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 기간에 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은 일부 의료비나 카드사용액을 빠뜨리고 신고해 세금을 더 낼 가능성이 있다. 의료비 등의 사용 명세가 실제와 다른 것을 발견한 납세자들이 한국납세자연맹에 제보해 알려졌다.
국세청은 “16만여 개의 해당 기관에 일찌감치 자료를 보내라고 했으나 마감 이후에 늦게 자료를 보낸 곳들이 있어 할 수 없이 중간에 고치게 됐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는 다른 여러 공지사항과 함께 ‘영수증 발급기관에서 국세청에 제출하지 않은 자료는 조회되지 않음’이라는 일반적인 안내문만 떠 있을 뿐이다. 부정확한 자료를 서비스해 놓고서도 “실제 액수와 차이가 나는 것은 국세청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며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항의가 빗발치자 국세청은 “동네 치과, 의원 등 의료기관 1588곳이 자료를 보내지 않았고, 몇몇 카드사가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소득공제 증빙신고를 일부 누락했다”며 “오늘부터 해당 사업자가 납세자에게 개별 통보하도록 했다”는 해명 자료를 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올해가 처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작년에도 일부 병·의원이 자료를 보내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이번에 드러난 것 이외에 또 다른 누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간소화서비스로 산출한 의료비 등 명세는 정부 자료이니까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봉급생활자들은 감쪽같이 속은 셈이다.
소득공제 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하지 않는 기관도 문제다. 2006년 도입된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는 납세자와 영수증 발급기관 모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제도다. 하지만 도입 당시에도 소득 노출을 꺼린 병원 등이 ‘환자의 병명 등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소득세법에는 자료 제출을 해야 한다는 협력 의무만 담겨 있고, 위반했을 때 처벌 규정은 없다.
국세청이 세금을 걷는 것만 본연의 임무이고, 간소화서비스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세금을 걷는 것도, 편리하게 세금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모두 중요한 대(對)국민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