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朴 당선인 ‘北 변화카드’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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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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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북한이 급한 모양이다.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27일 “다음 기(차기) 정부가 북남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이명박 역적패당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박근혜 차기 정부에 대한 주문을 나열했다. 노동신문은 대선 사흘 전인 16일 박 후보를 겨냥해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미사여구(美辭麗句) 공약을 늘어놓으면서도 대북정책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결노선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박 후보의 당선 저지에 실패하자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틈새를 벌리는 ‘편 가르기 전술’을 시도하는 것이다.

좌파정부 10년 vs 우파정부 10년

이명박 정부 대북(對北)정책의 특징은 북한에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록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맞았지만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며 5·24 대북 제재 조치를 끝까지 거두지 않았다. 북의 도발을 공짜 지원으로 무마하는 좌파 정부의 틀을 깼다. 북한이 다시 무력도발을 하면 반드시 응징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필요한 대비도 했다.

북한으로선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다른 대북정책을 펴는 남한 정부의 존재를 절감한 5년이었다. 협박이 통하고 쌀과 비료 챙기기를 가능케 했던 햇볕정책 시절의 달콤한 기억이 그리웠을 것이다. 박 당선인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도발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초조할 만도 하다.

북한은 대선 전에는 박 후보와 새누리당을 노골적으로 공격했지만 선거 이후에는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 대선 결과 보도도 20일 조선중앙통신의 “내외신 보도에 의하면 19일 남조선에서 진행된 대통령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로 당선됐다고 한다”는 한 문장짜리가 전부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박 당선인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 승리에는 우파의 연속 10년 집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대중 노무현 좌파 정부의 10년 집권을 상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확보된 것이다. 보수 유권자들은 왼쪽으로 기울었던 국가를 오른쪽으로 돌려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박 후보를 지지했다. 많은 유권자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꼴이 된 햇볕정책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에서 투표소로 달려갔다. 박 당선인은 북한 독재정권 지원을 거부한 보수 유권자들의 뜻을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

김정은은 요즘 ‘천하제일강국’이라는 헛소리로 북한 주민을 홀리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로 판명 난 ‘은하3호’ 발사를 계기 삼아 체제를 미화하는 선전술이지만 황당하기 짝이 없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기대수명은 남한보다 무려 12년이 짧다. 북한의 남녀 기대수명은 각각 65.9세와 72.1세로 세계 189개국 가운데 117위에 불과하다. 굶주리고 억압당하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죽는 주민을 두고 천하제일강국 운운하는 것은 아버지 김정일도 하지 못한 망발이다.

김정은 ‘천하제일강국’ 헛소리

박 당선인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적극 추구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며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여건 조성’을 강조했다. 도발과 대결로 치달으면서 주민을 학대하는 북한을 이대로 방치하면 남북 화해는 불가능하다. 북한이 대선 직전에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은 박 당선인의 대응을 시험하기 위한 도발이라는 의미도 있다. 박 당선인에게는 내년 2월 25일 취임하기 전까지 58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 대북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어 5년 재임 기간을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변화시키는 기회로 활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박근혜#북한#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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