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우파 진영의 단일 후보로 나선 문용린 후보가 여유 있게 당선됐다. 문 당선인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이념적 성향이 강하지 않은 교육전문가로 볼 수 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전교조 위원장 출신의 이수호 후보가 패배한 것은 ‘곽노현 교육’에 대해 서울 시민이 내린 심판이다.
문 당선인은 내년 2월 취임하는 대통령 당선인과는 달리 오늘부터 바로 직무에 들어간다. 문 당선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른바 ‘좌파 교육감’이었던 곽노현 전 교육감이 혼란에 빠뜨린 서울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7월 취임 이후 공교육 내실화 등 교육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보다는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로 대변되는 이념 교육에 집착해 서울 교육의 기본을 흔들어 놓았다.
곽 전 교육감 시절 학생의 배움터인 학교시설 개선 사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무상급식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다 보니 화장실 등 노후 시설에 투입할 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두발 자유화와 체벌 금지를 규정한 학생인권조례 도입으로 교사들의 권위가 무너져 내려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다. 문 당선인은 학생인권조례를 빠른 시일 안에 바로잡아 교권 추락을 막아야 한다.
문 당선인은 중학교 1학년을 ‘진로탐색 학년’으로 정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기간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시험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학생들이 일찍부터 진로와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꼭 시험을 폐지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철저한 검토 과정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실행해도 늦지 않다. 문 당선인은 유세 기간에 지나친 경쟁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며 ‘행복한 교육’을 강조했다. 그에게 주어진 임기는 곽 전 교육감의 잔여 임기인 1년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문 당선인은 서울 교육을 또 다른 실험장으로 만들기보다는 교육의 본령을 회복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