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의 뜻’ 따른다는 안 후보의 구름 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수 줄이기 등 자신의 3대 정치개혁안에 대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에서 맹렬히 비판하자 26일 “국민의 맹목적 반(反)정치 (정서)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이게 얼마나 교만한 생각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국민에게 귀 기울이는 게 포퓰리즘이라면 정치권은 국민에게 귀를 닫겠다는 거냐”고 말했다. 단일화를 둘러싼 두 후보 진영의 신경전이 정치쇄신 논쟁으로 불붙는 형국이다.

문 후보 측은 “매사 ‘국민의 뜻대로’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포퓰리즘”이라고 공박했다. 문 후보 비서실장인 노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모든 것을 무조건 국민에게 묻고 국민의 뜻에 따르자는 것은 정치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다”면서 “몰가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 선대위의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국민의 뜻에 반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어느 정치인치고 국민을 거론하지 않는 사람이 없지만 안 후보는 누구보다도 국민을 자주 거론하는 편이다.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국민의 뜻’ 운운하더니 야권 후보 단일화의 조건으로 ‘국민의 동의’를 제시했다. 각종 공약을 내놓을 때도 국민을 앞세운다. 정당의 기반이 없고, 자신을 졸지에 유력 대선후보로 밀어 올려 준 것이 여론조사이니 국민을 빼놓고 말하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한 울타리 안에 들어 있는 집단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흔히 말하는 국민은 자신의 지지층을 지칭하는 자의적인 표현일 뿐이다. 자신의 지지층이라 해도 매사에 의견이 다 같을 수는 없다. 다수 국민의 뜻이 항상 옳은 것만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탄생한 독재정권도 있다. 자신의 의견을 국민의 뜻으로 포장하거나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고 매사를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하면 정말 답답해진다.

국정을 다수 국민의 뜻에 따라 이끈다면 모든 국가정책을 여론조사에 부쳐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하겠다는 말인가. 국가지도자라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 앞에서는 자기 책임하에서 고독하게 결정하고,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해 올바른 진로를 선택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안 후보가 끝까지 대선을 완주할 생각이 있다면 구름 잡는 식의 ‘국민의 뜻’을 내세우기보다 자신의 국정관(觀)과 대통령관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뜻#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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