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과거 아닌 미래와 싸워야 승산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이 18대 대통령 후보로 문재인 의원을 선출했다. 59일의 경선 기간 중 모바일 동원 경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세론이 결국 통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문 후보가 13연승으로 경선을 독주한 배경엔 민주당을 장악한 친노(親盧)세력의 전략적 선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 지도부는 문 후보에게 대통령 선거일까지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모두 넘기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를 사실상 2선으로 후퇴시키고 문 후보에게 당 운영의 전권(全權)을 준 것이다. 당장 경선 과정에서 친노와 비노(非盧)로 깊게 파인 갈등의 골을 봉합하는 것이 문 후보의 정치력을 재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문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바라는 눈높이만큼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강조가 막연한 수사(修辭)에 그쳐서는 안 된다. ‘노무현 프레임’ 깨기를 통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문 후보는 12월 19일의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기로 확정된 후보가 아직 아니다. 사실상 ‘준결승 후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며칠 안에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문 후보와 야권단일 후보를 놓고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것이다. 단일화 방식으로는 1997년의 DJP(김대중+김종필)식 담판과 2002년의 노무현 정몽준식 경선이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이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나눠 갖는 공동정부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야권 후보 단일화가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정책 공유 없이 4·11총선 때처럼 선거공학에만 매달려 ‘묻지 마’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민심의 역풍(逆風)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은 정권 탈환을 부르짖는 제1야당이면서도 2010년 6월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했고, 작년엔 ‘제2의 선출직’인 서울시장 선거도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에게 넘겨줬다. 이번에 최고의 선출직인 대통령 후보마저 못 낸다면 그야말로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당 주변에선 60년 정통정당의 역사에 두 번 집권 경험까지 있는 민주당이 ‘선거기획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문 후보는 자신의 국정운영 비전과 후보 경쟁력으로 당의 존립 위기를 돌파해야 할 중대한 책무를 떠안게 됐다. 그가 당의 분열 치유, 수권능력 입증 과정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민주당과 자신의 운명이 함께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인식을 맹공하지만 박정희 시대의 역사와 박 후보의 발언을 꼬투리만 잡아서는 활로를 열기 어렵다. 문 후보가 실패한 노무현 정권 사람이라는 낙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문 후보의 선택이 그의 운명을 가를 수밖에 없다.
#문재인#역사#친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