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창무]아동음란물의 천국 대한민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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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2008년 12월 호주 시드니에서 한 남자가 기소됐다. 만화 ‘심슨가족’에 나오는 아동 캐릭터를 음란하게 묘사한 그림이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이다. 주 대법원은 만화캐릭터도 실제 사람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2011년 3월에는 또 다른 남자가 아동음란 내용이 포함된 전자소설책을 컴퓨터에 저장하고 있다가 기소됐다. 원본은 130여 년 전인 1879년 영국에서 발간돼 지금도 인터넷서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책이어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58개국서 단순 소지만 해도 처벌


유엔 아동권리에 관한 선택의정서(UNOPRC)는 ‘모든 정부가 아동음란물의 제작, 유포, 배분, 수입, 수출, 제공, 판매 및 소지를 법으로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아동 매매, 아동 성매매 및 아동음란물에 관한 선택의정서(OPSC)’ 역시 가입국들에 아동음란물의 단순 소지도 법으로 금지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아동음란물 관련 법규를 위반하면 최대 10년 동안 교도소에 갇혀 있어야 하고 12만 호주달러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호주 못지않게 아동음란물 단속과 처벌을 강력하게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 연방법 규정에 따르면 아동음란물 제작 및 광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소 15년형이다. 비록 초범이라도 최소 5년형에 처해진다. 인터넷서비스업체(ISP)나 이동통신사업자 등은 아동음란물을 적극 색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2008년 윌리엄스사건 판결을 통해 아동음란물을 규제하는 연방법이 언론자유 등을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탈리아도 아동음란물 제작이나 판매로 적발되면 최고 12년형에 처하고 벌금을 25만 유로까지 내야 한다. 단순 소지도 3년까지 구금이 가능하다. 특히 음란물의 아동모델이 실제 인물이 아닌 컴퓨터 기술조작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국제형사기구(인터폴)에 가입한 187개국 중 아동음란물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나라가 94개국이다. 이 중 제작, 유포가 아니라 단순 소지만으로 처벌하는 국가도 62%인 58개국에 이른다.

미국은 더욱 효율적인 단속과 규제를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아동착취 및 음란물전담국(CEOS)’을 중심으로 연방수사국(FBI), 청소년범죄예방국(OJJDP) 등 무려 19개 연방형사 사법기관이 공동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미 법무부가 2010년 유엔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4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동안 아동음란물의 소지, 유포, 제작 등 관련 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사건이 1919건이다. 매일 평균 274건이 적발된 셈이다. 2008년 한 해 동안에도 8만5301건의 아동음란물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이유 막론하고 단속처벌 강화해야

최근 국내에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아동성폭행범들이 모두 아동음란물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이 부랴부랴 ‘아동포르노대책팀’을 설치한다고 하고, 검찰도 아동음란물 단순 소지자를 기소하기에 이르는 등 야단법석이다. 여성가족부는 10일 단순 소지자에 대해서도 징역형을 내리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동음란물과 관련한 각종 행위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문명국가에서 용납해서는 안 될 범죄다. 선진국 대부분이 단순 소지만으로도 처벌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너무 수수방관해온 측면이 있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물론 강력한 처벌을 내세우는 미국도 아동음란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걸 보면 단속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끝없이 생기게 마련이다. 수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및 접근과 함께 강력한 처벌이 실효성을 가질 때 아동음란물로 인한 아동성폭행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시론#이창무#아동 음란물#아동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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