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 현장 외면하는 청춘, 취업난만 탓하지 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청년 취업난 속에서도 산업 현장은 ‘젊은 피’가 없다고 난리다. 올해 대한민국 명장(名匠)으로 선정된 이대근 한국단자공업 생산1팀장은 “제조업 현장을 외면하는 젊은 후배들이 안타깝다. 목표와 직업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명장은 “좋아하는 전문 분야를 찾아 차근차근 기술과 경험을 쌓아 가면 길이 보이는데, 젊은 세대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한다”고 한탄했다.

금형 설계와 제작 전문가인 이 명장의 기술 인생은 취업난 속 청년들이 어떤 자세로 삶에 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기술자의 꿈을 갖고 군산기계공고에 진학해 장인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군 제대 후 중소기업을 거쳐 1987년부터 한국단자공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바쁜 가운데도 인하대 공대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금형분야 자격증 10개, 특허 8건, 실용신안 3건도 취득했다. 그는 기술이 쌓일 때마다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자격증에 도전했다.

그가 대기업이나 공기업과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학벌 등 스펙 쌓기에만 열을 올렸다면 오늘날과 같은 명예와 보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해 대학 졸업자 52만 명, 고등학교 졸업자 65만 명이 쏟아져 나왔다. 대졸자 중에서는 31만 명, 고졸자 중에서는 대학에 진학한 47만 명을 빼고 4만 명만 일자리를 잡았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한 사람은 소수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남들이 알아주는 일자리를 쫓아다니다가 바늘구멍 취업문 앞에서 좌절한다.

경기 침체와 산업 구조의 변화로 청년 취업난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렵다. 선진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기업은 일자리가 모자라도 300인 이하 중소기업은 2만 명 넘게 부족하다. 겉보기에 화려한 간판을 얻기 위해 젊음을 허비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현장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편이 현명하다. 출발은 미미해도 경험을 꾸준히 쌓게 되면 언젠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과 끈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부실 대학의 졸업장보다는 산업 현장의 값진 경험과 지식이 백배 더 나을 수 있다고 이 시대 명장들은 충고하고 있다.
#사설#취업난#청년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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