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관련한 펜과 마이크를 내려놓으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 의장은 그제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사를 하면서 “박 시장이 최근 언론에서 한 (안 교수 관련) 발언은 시정을 살피는 최고책임자로서, 또한 정당에 소속된 당원으로서 적절치 못하다”고 언급했다. 김 의장은 박 시장과 같은 민주통합당 소속이지만 박 시장이 너무 나가니 참다못해 경고음을 냈을 것이다.
박 시장은 안 교수 덕분에 서울시장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9월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지지율이 5%도 안 됐지만 지지율 50%의 안 교수가 출마를 포기하고 박 시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시장 선거에 나가 이길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보은(報恩)의식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일 수 있지만 서울시장은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박 시장의 발언이 선거 중립 의무를 소홀히 하면서 안 교수를 띄우는 것으로 비쳐 서울시의회 의장의 경고를 자초했다.
박 시장의 안 교수 두둔은 상식적인 눈으로 봐서도 지나치다. 최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국민은 정당이 낸 후보보다는 안 교수처럼 정당 밖의 인물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전에도 안 교수의 저서를 소개하며 “생각이 대체로 저와 비슷하다. 경제 이외에 다른 분야도 굉장히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 안심했다”고 치켜세웠다. 올해 4월 서울대 강연에서는 “안 교수가 저를 확고히 도와 주셨으니까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저도 확고히 지원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인터뷰 진행자가 물었기 때문에 대답한 것이라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설사 질문이 나왔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은 피했어야 했다. 2004년 3월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것도 선거개입 발언 때문이었다.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노 대통령은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지만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은 그만큼 엄중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안 교수를 대선 후보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이 그의 바람잡이 노릇이나 한다면 1000만 서울시민이 위임한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