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50.1%가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한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1년 통계청이 가처분소득 등을 기준으로 집계한 실제 저소득층 비율 15.2%보다 3배 이상으로 높은 수치다.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 10명 중 5.9명이 ‘나는 저소득층’이라고 인식했다.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 정도에 대한 인식도 심각했다. 중산층의 78%, 고소득층의 75%, 저소득층의 77%가 “우리 사회의 소득·재산 분포가 불평등한 상태”라고 응답했다.
1인당 연간 소득(2005년 불변가격 기준)은 2007년 1974만 원에서 2011년 2207만 원(경상가격으로는 2만2778달러)으로 4년 동안 12% 증가했지만 ‘나는 저소득층’이라는 응답은 오히려 2.2%포인트 높아졌다. 20∼30년 전과 비교하면 더 심하다. 소득이 지금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980, 90년대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중산층이라고 응답하는 수치가 60% 수준에서 안정돼 있었다. 지금은 46.4%다.
중산층은 사회가 한쪽으로 넘어지는 것을 막아 주는 버팀목이요, 빈부 이념 지역 등 각종 갈등을 완충하는 안전판이다. 중산층의 존재만큼 중요한 것이 중산층 의식이다. 중산층이 공동체를 지탱하는 척추라면 중산층 의식은 그 속에 든 척수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작년 지니계수가 0.310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14)과 비슷하다. 지니계수는 숫자가 작을수록 평등하다. 한국은 객관적 지표에서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는 아니다. 영미식 시장주의를 택한 나라 중에서는 가장 덜한 편이다. 국민의 절반이 ‘나는 저소득층’이라고 느끼는 국민 의식은 사실과 상당히 다를뿐더러 과잉 욕구도 작용하는 듯하다.
소득격차만큼 큰 문제가 ‘희망격차’다.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어야 개인은 성취욕을 갖고 공부하고 일하며, 사회는 활기차고 선진화도 진전한다. 우리만큼 교육에 관심이 큰 나라도 드물며 교육을 통한 신분이동의 사다리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중산층 의식이 희박해진 중요한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빈부 격차를 좁히고 중산층을 보강하는 정책이 긴요하다. 이번 대선은 중산층과 중산층 의식을 튼튼히 하는 정책 경쟁을 통해 중산층의 희망을 확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