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도관한테 수사상황 전달받은 ‘국회의원 피의자’

  • 동아일보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게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수사상황을 알려준 의혹과 관련해 감찰을 받고 있다. 수감 중인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 등 저축은행 비리 관련자들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돌아오면 이 교도관이 심문 내용을 물어본 뒤 박 원내대표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전부터 ‘박 원내대표가 수사상황을 다 알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검찰 관계자가 “우리가 그쪽(민주당)에다 정보를 흘렸겠느냐”며 볼멘소리를 했을 정도였다. 박 원내대표는 2003년 대북 송금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을 때부터 문제의 교도관과 알고 지냈다고 한다. 그는 교정(矯正) 관련 예산 증액, 교도관 처우 개선 등에 앞장서 교정 공무원들의 호감을 샀다. 교도관이 박 원내대표에게 상세한 정보를 흘려준 것이 사실이라면 교정 공무원들과의 인연이 작용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피의자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얻은 정보를 관련 피의자에게 유출했다면 수사를 방해하고 사법 절차를 문란하게 만든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때 천 후보자 주변 인물의 출입국 기록을 박지원 당시 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했다가 해임된 관세청 직원은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공무원이 고의로 개인정보를 무단 유출해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판결했다. 당시 사건은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 자료를 국회의원에게 제공한 측면이라도 있지만 이번 사건은 어느 모로 보나 부적절하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3차례 소환에 불응하다가 국회에 체포동의 요구서가 접수되자 갑자기 출두했다. 허를 찔린 검찰은 관련자 대질심문 등 심도 있는 수사를 못했다. 추가 조사를 위해 재소환이 불가피하다. 이런 면에서 민주당이 요구해 열린 8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박지원 수사를 막는 ‘방탄(防彈) 국회’라고 할 수 있다. 임시국회가 끝나면 9월부터 12월 초까지 정기국회가 이어진다.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수사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올해 말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야가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정면 대결할 가능성은 낮다. 박 원내대표가 떳떳하다면 검찰에 스스로 나가 성실하게 조사받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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