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아이돌 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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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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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조 걸그룹 ‘티아라’의 ‘왕따 파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멤버 가운데 랩을 맡고 있는 화영이 일본 부도칸 공연에 빠진 데 대해 다른 멤버들이 트위터에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티아라에 진실을 요구합니다(티진요)’ 카페 회원이 사흘 만에 30만 명을 돌파했다. 아이돌 그룹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소속사의 김광수 대표가 티아라 나머지 멤버가 아닌 19명의 스태프 의견을 존중해 화영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대중심리는 약자 격인 화영에게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왕따설에 휘말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소녀시대’ ‘카라’ ‘원더걸스’ ‘애프터스쿨’도 이런 소동을 겪었다. 원조 걸그룹 ‘주얼리’ 멤버였던 서인영은 지난해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주얼리 시절 왕따를 당했다”고 밝혀 충격을 던졌다. 멤버들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했는데 인사를 안 받아주고 나중에는 “인사를 안 한다”고 혼냈다고 회고했다. 팬들이 주얼리 멤버였던 이지현과 조하랑의 미니홈피에 몰려가 ‘악플 테러’를 벌이자 조하랑은 “제발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글을 남겼다.

▷연예계 안팎에선 어린 나이에다 경쟁과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멤버 간에 왕따의 가능성은 늘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 튀는 행보를 하거나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나머지 멤버들이 압박을 가할 수 있고 신참에게 기존 멤버가 텃세를 부릴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화영은 뒤늦게 합류한 멤버였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군대에서도 왕따가 존재하는데 아이돌 걸그룹만 청정구역으로 남기를 바라는 것은 팬들의 환상일지 모른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기에 어느 정도의 사생활 공개나 제약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례에서 보듯 ‘진실 요구’란 미명 아래 연예인을 상대로 지나친 사생활 들추기와 흠집 내기를 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이번에도 팬들의 관심은 티아라 멤버들의 따돌림 행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보다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예민한 시기 멤버 간 갈등을 슬기롭게 관리하지 못한 기획사에 더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티아라#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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