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승함]19대 국회와 적색 불안(red s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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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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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19대 국회는 적색 불안에 휩싸여 있다. 주사파 또는 종북주의자로 알려진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당선자 2명이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진당의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의 부정선거 의혹 때문에 당의 다른 비례대표 후보들이 줄사퇴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기 작전으로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적색 불안은 이런 주사파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국가기밀이 유출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파에 대한 우려에 근거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자신이 소속한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사실상 국가의 모든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국가 안보나 기밀과 관련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는 별로 없다.

한 가지 있다면 국회법은 비교섭단체 의원의 상임위원회 배치를 국회의장에게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상임위원회 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야권연대를 하고 있는 야당의 치열한 정치적 공세를 받을 것이 자명하다. 차선책으로 주사파 출신 의원들을 국가 안보 및 기밀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국방위원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서 배제하고 다른 상임위원회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불완전하다고 보고 여당은 국회의원 제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시 야당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일부 의원들은 주사파 출신 의원들의 국가기밀 접근을 차단할 국회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실정법을 어기지 않은 사람을 위험하다고 하여 사전에 금지시키는 법 제정은 헌법적 권리를 위반하는 것이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요구하면 모든 비밀을 보고하게 돼 있는 원칙을 바꾸는 것은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 중대한 기밀의 경우 국회의원이 열람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각종 시험에서와 같이 메모나 촬영, 복사를 불가능하게끔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덧붙여 또 하나의 문제는 국회의원 보좌진이 국가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은 보좌관과 비서 7명 그리고 인턴 2명을 국비로 고용할 수 있다. 이들은 물론 신원조회를 거치지만 공무원 임용 자격기준만이 적용되기 때문에 국가 안보에 위해를 줄 것인가를 파악할 수 없다. 보좌진이 자료의 수집과 정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보좌진의 국가기밀 접근에 대한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제19대 국회는 우선 자격이 의심되는 국회의원이 들어감으로써 국회의 위상을 저하시키고 있다. 자신들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통진당 안팎의 다수 여론에 저항하며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버티는 이들의 행태가 과연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적 절차다. 선거 부정에 의해 선출된 대표는 사상과 양심에 관계없이 자격이 상실된다.

주사파 출신 의원들이 과거의 사고와 행태를 벗어나 국가 이익을 위해 헌신할 것을 맹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은 직무 수행에 있어 국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들은 국회의원 선서에서 마음속으로 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어떻든 국민들이 적색 불안으로 떨지 않도록 국회와 주사파 출신 의원들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자칫 잘못하여 매카시즘적 마녀사냥을 초래해 진정한 이념적 다양성을 파괴하는 민주 질서의 불안정을 몰고 와서는 안 될 것이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양승함#적객 공포#주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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