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유환]北운명 좌우할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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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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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연구학회장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연구학회장
북한이 김일성 100회 생일인 15일을 전후해 ‘광명성 3호 실용위성’ 발사와 함께 김정은 체제의 법적 제도적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로켓 발사를 강행하려는 데는 ‘강성국가’ 진입을 선포하는 ‘축포’와 함께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일 사후 북한은 핵과 위성, 새 세기 산업혁명, 민족의 정신력을 김정일 시대 3대 혁명 유산으로 꼽았다. 위성 발사가 김정일 유훈이란 점에서 김정은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성대국 진입의 축포가 될지, 아니면 몰락의 신호탄이 될지는 로켓 발사 이후 북한이 대외관계를 어떻게 푸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 시대 개막 알리는 로켓발사


로켓 발사 계획으로 외부 세계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11일 당대표자회, 13일 최고인민회의를 연이어 개최하고 공식 승계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3년상을 치르면서 ‘유훈통치’를 시행한 것과는 달리 김정은은 100일 탈상으로 애도기간을 끝내고 당과 국가의 최고위직에 대한 승계를 서두르고 있다. 북한의 새 지도부는 김일성 사후 ‘고난의 행군’에 대한 주민들의 아픈 기억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가급적 빨리 애도기간을 끝내고 ‘김정은 시대’의 선포를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새 지도부는 김정은 체제의 조기 공식화를 통해 권력투쟁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김정은 체제의 내구력과 관련한 외부 세계의 의구심을 불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당·국가체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말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김정은이 당대표자회에서 당총비서직을 승계하면 북한의 공식적인 최고지도자가 된다. 당총비서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직을 겸하게 돼 있어 김정은이 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두 직책을 겸직할 것이다. 문제는 국방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느냐 여부다. 국방위원장은 국가의 최고 직책이기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하게 돼 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고 새로운 권력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면 김정은이 국방위원장 자리도 차지할 것이다. 당중앙군사위원회가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한다’는 당 규약에 따라 당중앙군사위원장이 국방위원장을 겸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도자 중심의 유일체제를 운영하는 북한에서 당과 국가의 권력을 분리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자본주의 국가와의 관계가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당과 국가의 최고위직을 한 지도자가 겸직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다. 당대표자회가 먼저 열리는 것은 당 우위의 국가체제 원리에 충실하려는 것이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 수순은 김정일의 경로를 따라 군 최고사령관직을 먼저 승계하고 당과 국가의 최고 직책을 잇달아 승계해 지도자 중심의 유일체제를 완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로켓발사 후 외교에 北체제 달려


김일성은 북한에서 사회주의 정권을 세운 ‘시조’로서의 상징성 때문에 사후에 ‘영원한 수령, 영원한 주석’으로 추대됐지만 김정일 시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나쁜 기억’을 생각한다면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당 규약을 개정할 때 혁명전통 계승 차원에서 김정일을 ‘영원한 영도자’로 추대할 가능성은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와 김정은의 공식 승계가 이뤄진 이후 북한과 외부 세계 사이의 관계 설정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3대 세습에도 북한의 안정적 권력 이양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던 미국을 비롯한 외부 세계는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 움직임에 당혹해하고 있다. 북한이 불량국가로 남느냐, 아니면 정상국가로 개과천선하느냐는 로켓 발사 이후 외부 세계의 대응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연구학회장
#시론#고유환#북한도발#로켓발사#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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