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진당 이석기 후보 ‘北 조직원’ 진상 밝혀야

  • 동아일보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출마한 하태경 새누리당 후보(열린북한방송 대표)가 “통합진보당(통진당)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이석기 후보를 비롯해 통진당 총선 후보와 지도부 인사 중 과거 북한의 지하조직원으로 활동한 인사가 최소 5명 이상”이라고 폭로했다. 하 후보는 1980∼90년대 종북(從北) 학생운동에 깊이 참여했다가 전향한 사람이다. 그가 실명을 거론한 이 후보는 대법원이 반국가단체로 판결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경기남부위원장을 지냈다.

민혁당은 1980년대 대학가에 처음 주사파 이론을 전파한 김영환 씨가 남파 간첩에게 포섭돼 김일성을 면담하고 돌아와 국내 주사파 세력을 끌어들여 만든 지하 조직이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아 북한 노동당의 전위대 역할을 하다 1999년 적발됐다. 그러나 김 씨는 북한의 실상에 실망해 전향했다. 이 후보는 민혁당 사건으로 2002년 5월 체포돼 2003년 3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그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이 후보가 민혁당 해체 후에도 조직 재건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또 이정희 대표의 후보 사퇴로 불거진 통진당 배후 세력의 실체가 경기동부연합이 아닌 민혁당 사건 세력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으로서 당선되면 헌법 준수를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북한은 ‘남한 적화(공산화)’를 목표로 삼는 적대 세력이다. 북한의 지하조직원으로 활동했던 사람이 헌법기관의 일원이 되려면 과거 자신이 추종했던 신념을 아직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지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 만약 북한 조직원 시절에 갖고 있던 이념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면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라면 모를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

이 후보는 과거 행적으로 이미 처벌을 받았다.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따라 다시 사법적 불이익을 받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공인(公人)으로서의 적격성 여부다. 보수우파 세력에도 종북주의 전력을 지닌 인사들이 일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반성하는 절차를 거쳐 전향했다. 이 후보가 국회의원이라는 공인 중의 공인이 되려 한다면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다.

통진당은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이번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얻어 국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고 벼른다. 북한을 추종하는 노선을 걷다가 지금 통진당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전향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하태경 후보의 문제 제기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반대 세력을 낙인찍었던 ‘색깔론’과는 다르다. 권위주의 정권 때는 민주화 운동가와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주의자가 뒤섞여 있었지만 민주화 시대에는 구분돼야 한다.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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