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명숙 대표, 측근의 ‘공천 장사’ 책임 무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측근인 심상대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4·11총선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심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호남 지역의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 박모 씨로부터 지역구 공천 대가로 4차례에 걸쳐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씨가 건넨 돈을 나눠 가진 혐의로 김승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 차장도 소환 조사했다. 두 사람은 한 대표의 총리 시절 정무비서관을 지냈으며 의원이 아닌 당직자로는 한 대표의 최측근이다.

돈을 건넨 박 씨는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심 씨가 ‘한 대표에 대한 재판 결과만 잘 나오면 당 대표에 나설 것이고, 대표가 되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돈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심 씨가 돈을 받은 시기는 한 대표가 경선에서 선출된 올해 1월 민주당 전당대회 전후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돈봉투 사건이 불거졌던 때였다. 그 무렵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 사건으로 물러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전당대회를 치르려면 상당한 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심 씨가 받은 돈이 민주당 전당대회의 한 대표 경선 캠프에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해서는 안 되지만 정치부패 수사에 무능해서도 안 된다.

한 대표는 총리 시절 한만호 한신건영 전 사장으로부터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후 당 대표 경선에 나섰다. 한 대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비서관인 김문숙 씨는 한 전 사장으로부터 5500만 원과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 대표 측근들의 비리가 왜 이렇게 계속되는 것인가.

제1야당 대표가 측근들의 불법적 돈거래에 대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천 때 유권자에 대한 금품 제공 논란이 일었던 전혜숙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고 그 자리에 김한길 전 의원을 내세웠다. 전 의원에 대해서는 금품을 제공했다는 신고가 있었을 뿐 사실 확인도, 경찰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공천이 취소됐다. 한 대표는 남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

한 대표는 측근의 공천 장사에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실을 알았다면 법적 책임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측근들이 총선 예비후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고 구속됐다면 민주당은 십자포화를 퍼부었을 것이다. 민주당이 한 대표 측근 비리에 무신경한 것은 이 당의 도덕성 지표가 될 수 있다.
#사설#총선#한명숙#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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