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내정하면서 2008년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 사건의 피해 여성 A 씨와 지지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3일 MBC TV ‘100분 토론’에서 한 시민논객이 정 전 위원장 공천 문제를 지적하자 유시민 진보당 공동대표는 ‘근거 없는 얘기’라며 정 전 위원장을 변호했다. A 씨와 지지모임은 “유 대표가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하는 것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면서 “정 전 위원장이 국회의원이 될 수 없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전교조 교사 A 씨는 2008년 12월 도피 중이던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을 민노총 관계자의 부탁으로 집에 숨겨줬다. 이 위원장이 검거되자 민노총 간부는 “민노총 부탁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하라”고 A 씨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 이 간부는 A 씨가 요구를 거절하자 거짓진술을 강요하면서 욕설을 퍼붓고 수차례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전교조는 A 씨의 성폭력 피해 호소에도 사건을 은폐했으며 정진후 당시 전교조 위원장은 은폐 관련자들에게 봐주기 징계를 내린 책임이 있다고 A 씨는 폭로했다. A 씨는 사건 발생 직후 은폐를 시도한 정진화 전 위원장 등 3명을 ‘2차 가해자’라며 자숙 기간을 갖고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정진후 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진화 전 위원장 등은 후임인 정진후 위원장 체제에서 중징계가 예상됐지만 재심 결과 경고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난해 8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에 대한 국회의 제명안 부결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성범죄가 계속되는 문제의 본질은 처벌 법규가 미약하거나 처벌이 낮아서가 아니라 ‘이 정도 가지고 뭘’ 하면서 가해자를 감싸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성범죄 은폐 행위에 면죄부를 준 당사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지명하는 건 이 대표의 발언처럼 성범죄가 계속되도록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정당의 성 관련 사건을 앞장서 비판했던 진보 정당이 자신들의 지지 세력이 관련된 성폭력 사건 관련자들에게 관대한 것은 위선적인 이중 잣대다. 진보 정당의 가치는 서민과 소수자, 여성과 성범죄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고 그들을 위한 정치를 펴는 것이다. 진보당이 진정 진보의 가치에 충실하다면 정 전 위원장의 공천 내정을 취소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