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수의 가치를 더럽힌 대통령 측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 이 의원의 여비서 계좌에서 나온 8억 원이 이 의원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의원은 구속된 박배수 보좌관이 SLS 이국철 회장 등으로부터 10억4700만 원을 받은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박 보좌관이 이 의원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계좌를 통해 돈세탁을 한 만큼 이 의원의 관련 여부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의원은 현 정권의 실세 중의 실세로 꼽혀 왔다. 이번 소환 조사가 이 대통령 임기 중반을 넘으면서 불거져 나온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의 종결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의원을 소환하면 비리 척결에 성역이 없다는 각오로 엄정한 조사를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사촌처남이 구속됐고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는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측근 참모 여러 명이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올해 신년 국정연설에서 결연한 의지나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 형식적 사과를 하는 데 그쳤다. 민심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린 원인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에 대한 반감(反感)이라는 사실을 이 대통령은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530여만 표 차로 이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은 무능하고 부패한 노무현 정권과는 완전히 다른 정권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 정권은 민심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 왔다. 청와대는 설 연휴 때 이 대통령이 외제 명품으로 추정되는 패딩 점퍼를 입은 초등학생 외손녀와 함께 재래시장을 방문한 사진을 내놨다가 구설수에 휘말렸다. 이 대통령의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오히려 대통령 가족의 삶이 민심과 거리가 멀다는 인상만 남겼다.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서민”이라는 한 참모의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자유와 책임의식, 도전과 개척 정신을 핵심으로 하는 보수의 가치가 요즘 국민적 회의의 대상이 된 것에 현 정권은 통렬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민주당은 친노(親盧·친노무현)와 시민운동세력을 모아 ‘민주통합당’으로 소통합을 이뤘고 급진 좌파세력까지 야권 통합에 가세하고 있다. 국민이 현 집권세력을 솎아내는 일을 급진 좌파의 집권 저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책임은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측근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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