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학생인권조례엔 폭력대책이 담겨야 한다”

  • 동아일보

최예나 교육복지부 기자
최예나 교육복지부 기자
5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은 학생인권조례 재의·공포를 둘러싼 기자회견으로 시끄러웠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64개 단체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제정 저지 범국민연대’는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의 과도한 권리만 있고 의무와 책임이 없다. 교사가 폭력으로 괴로워하는 학생을 보호하고 문제 학생을 지도하기 어렵게 한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학생인권이 존중돼야 학교폭력 등의 인권침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학교문화를 평화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발의로 만들어진 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지방자치법상 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거나 재의해야 하는 마감일(9일)을 앞두고 있어 찬반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관보(서울시보)에 학생인권조례가 게재되지 않은 걸로 봐서 재의 방침을 정한 것 같다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찬반 논란이 거세지는데도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지나치게 말을 아낀다는 지적이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권한대행이 조례의 문제점 검토를 지시해 재의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당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1심 선고가 6일로 예정돼 있었고, 양대 교원단체의 반발이 심해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찬반 논란은 이번에 학교폭력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있었다. 교육청 주도로 여러 차례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거친 경기도교육청이나 광주시교육청과 달리 주민발의로 이뤄진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상대적으로 반대 측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 권한대행의 어정쩡한 태도는 갈등만 키울 뿐이다. 재의든 공포든 빠른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 반발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이 교육 수요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모든 학생이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학생인권조례의 목적에 답이 있지 않을까. ‘교육감·학교장·교직원은 학생 동의 없이 학생을 체벌하는 등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는 조항은 지켜져야 한다. 다만 학생 간의 따돌림이나 폭력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당초 생각했던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는 고민해야 한다.

이 권한대행은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학교를 지원하고 교육의 안정성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취임사를 잊지 않기 바란다.

최예나 교육복지부 기자 ye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