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日 앞으로 나아가려면 위안부 문제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일본 교토에서 열린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의 미온적 태도가 양국의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한일(韓日)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식 쟁점화한 것은 처음이어서 파장이 크다.

이 대통령은 노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노다 총리는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지혜를 낼 것이라고 하면서도 일본 국내 여론을 의식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평화비’ 철거를 요청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정상회담은 팽팽한 긴장이 계속돼 종전의 정상회담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아시아의 대표적 민주국가다. 경제적으로 긴밀한 파트너이면서 북한의 핵개발과 중국의 부상(浮上)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동북아 지역 안정을 위해 협조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두 나라가 역사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본제국주의가 저지른 반(反)인륜적 범죄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우호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미국 하원 본회의는 2007년 7월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기본협정으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모든 청구권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일부 극우세력은 ‘위안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다.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나 반성은커녕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꺼리는 것은 문명국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일본이 시간을 끄는 사이에 위안부 피해자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고 생존한 할머니들도 80세를 넘었다. 피해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일본이 가슴을 열고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일 관계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 과거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일본 내에서 ‘한국 정부가 국내의 정치적 곤경을 타개하기 위해 대일(對日) 강경노선을 택한다’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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