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종성]CJD 불안감 확산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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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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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최근 국내에서 뇌조직 이식 뒤 발생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환자가 보고된 이후 인간광우병 확산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 인간광우병 괴담이 나돌기도 한다. 무분별한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CJD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CJD는 약 200년 전부터 동물에서 발생했다. 이 병에 걸리면 동물은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고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며 결국 1년이 안 돼 죽는다. 사망한 동물의 뇌를 부검해 보니 뇌가 위축돼 있었고 정상적인 신경세포가 소실된 부분이 마치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어 있었다. 유럽지역 양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1980년대 영국 소에게 발생한 경우가 널리 알려져 우리는 이 질환을 ‘광우병’으로 부르고 있다. 정식 병명은 소의 ‘해면상 뇌증’이다.

문제는 인간에게도 해면상 뇌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해면상 뇌증 중 1950년대 파푸아뉴기니 고원지대 원주민에게서 집단 발생했던 ‘쿠루’라는 병이 있다. 걸리면 치매, 언어장애 등의 증세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당시 원주민들이 사망한 부모를 기리기 위해 부모의 뇌를 먹었던 특이한 장례 습관 때문에 전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이런 의식을 금한 뒤 쿠루라는 병은 거의 사라졌다.

현재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해면상 뇌증은 CJD다. 100만 명당 한 명 정도 발병하는 매우 드문 병이지만 대형병원 신경과에는 1년에 한두 명 정도 환자가 입원한다. CJD는 50대 이상에서 발병하며 점차 진행되는 치매 증세가 특징이다. 손과 발을 움찔거리는 간대성 경련도 흔히 나타난다.

CJD의 원인은 현재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CJD가 인위적인 처치를 통해서도 전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CJD로 사망한 환자의 각막을 이식받고 CJD에 걸린 환자가 보고된 것이다. 이후 CJD 환자의 뇌에서 사용된 전극을 다시 사용했던 간질환자, 감염된 환자의 경막을 뇌에 이식받은 환자,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성장호르몬을 주입받은 환자에게서도 CJD의 발생이 보고됐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생한 CJD 환자도 감염 환자의 경막 이식으로 전염된 경우인데 기존에 알려진 CJD의 원인이 우리나라에서도 확인된 것일 뿐이다. 결코 일반인이 공포에 떨 일은 아니다.

한편 변종CJD라는 CJD의 사촌쯤 되는 병이 있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에 괴담으로 떠도는 인간광우병이다. 변종CJD는 CJD와는 달리 비교적 젊은 나이에 걸리며, 치매보다는 정신이상 증세를 주로 나타낸다. 그러나 아직 감염경로가 과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된 것은 아니며, 광우병 걸린 소를 다룬 목축업자 중에서도 지극히 일부만 감염이 됐다. 이 질환에 잘 걸리는 유전적 민감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여기에도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다.

분명한 것은 변종CJD는 지구상에 불과 200여 명밖에는 보고된 적이 없는 지극히 드문 병이라는 점이며 최근 들어 발생 빈도도 주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고된 적이 없다. 아마도 우리가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은 골프 초보자가 홀인원을 한 직후 번개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더 작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발표된 증례는 이미 잘 알려진 CJD와 동일한 병이며, 변종CJD 혹은 쇠고기 섭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질환이 발견됐다고 변종CJD가 늘어날 리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아무 걱정 없이 쇠고기를 즐기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변종CJD 환자를 보유한 영국 사람들도 편안히 앉아 스테이크를 썰고 있지 않은가.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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