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백승주]우리는 ‘연평도 교훈’을 살려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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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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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북한군이 우리 연평도에 무차별적으로 해안포 사격을 가한 시각이다. 우리 군은 이 날짜와 시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최근 ‘창을 베고 적을 기다리는(枕戈待敵) 군인의 자세’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순간을 기억하자고 했다. 아울러 연평도 포격과 같은 제2, 제3의 도발을 북한이 자행할 경우 철저하게 응징할 군사적 결의를 분명히 하고 도발 유형별 응징태세를 강조했다. 연평도 피격 1주년을 앞두고 장관의 메시지는 시의적절하다.

11월 23일을 ‘불명예스러운 날’로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군인 2명이 순직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33동의 건물이 파괴됐고 10여 곳에서 산불이 났다. 우리 국민은 당시 포연 속에서 필사적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제2의 6·25전쟁을 떠올리고 근심으로 일상생활을 방해받았고 불안으로 잠을 설쳤다. 그 근심과 불안의 한편에는 연평도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군과 정부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기습공격은 초기에 기습받은 측이 많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미군기지 기습 공격으로 군인 2300명을 포함해 3700명이 사망하고 함선 18척이 침몰되거나 손상되고 비행기 180여 대가 파괴됐다. 기습공격의 피해는 진주만이 잘 말해 준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우리의 대응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간단하다. 북한의 도발을 예방하려면 ‘도발 의지’를 소멸시켜야 한다. 어떻게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것인가. 북한체제와 위정자가 군사적 도발을 통해 정치군사적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경우 북한체제 유지의 버팀목인 군부가 망신을 당하고 체제 존립 자체에 큰 부담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어야 한다. 아울러 남북한 국력 격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정치군사적 목적을 위해 언제라도 도발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 군은 ‘능동적 억지’라는 북한 도발에 대비한 새로운 ‘대응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새로운 대응개념을 통해 확전 방지를 고려한 종전의 교전규칙 정신보다 우리 헌법이 규정한 ‘자위권 개념’을 국군 장병의 혼으로 체화해야 한다. 연평도 피격 이후 우리 군이 발전시키고 있는 능동적 억지 개념은 국내 및 미국 일부 안보전문가의 주장처럼 북한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도발 의지를 잠재우려는 것이다. 미 합참의장도 이러한 개념에 동의를 표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몇 가지 사실을 군사적으로 의미 있게 봐야 한다. 첫째, 북한군이 1차 공격 때 12분간 발사한 해안포 150여 발 중 90여 발이 해상에 떨어졌다. 준비된 도발인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 해안포 및 포병 능력을 낙탄을 중심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낙탄율을 보고 북한군도 놀랐을 것이다. 둘째, 연평도 피격 이후 우리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정기적으로 사격훈련을 실시해 연평도 인근 바다에 대한 북측의 주장과 도발 의지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셋째, 북한 도발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만반의 준비로 北도발 의지 꺾어야

진주만 기습을 당한 그날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불명예스러운 날’로 규정해 미국 국민의 안보적 단합을 이끌었다. 우리 군도 이유가 어떻든 북한에 기습공격을 허용한 11월 23일을 불명예스러운 날로 기억하자. 국민도 ‘전쟁을 결심할 수 있어야 평화를 얻을 수 있다(必戰則和)’는 소중한 안보적 교훈을 얻은 날로 삼자. 연평도 피격 때문에 우리 군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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