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침략주의 부활하는 일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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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의 신도 요시타카 의원은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구리바야시 다다미치 육군대장의 외손자로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할 만큼 했다”고 공언하는 인물이다. 여성인 이나다 도모미 의원은 “난징대학살은 허구”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는 극우파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지지한다. 사토 마사히사 의원은 자위대 간부학교 주임교관을 지냈고 “일한병합조약(경술국치)은 국제법상 합법이었다”고 강변한다. 어제 오전 울릉도를 방문할 목적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가 입국을 거부당한 일본 국회의원 3명의 면면이다.

101년 전 한국을 강제 병합한 침략주의적 본성이 이들의 유전자에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이들은 우리 정부가 사전에 입국 금지를 통보했지만 철저히 무시했다. 신도 의원은 일본을 출발하기 전에 “가기도 전에 겁을 먹거나 한국에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우리 정부의 출국 요청을 거부한 채 9시간을 버티다 오후 8시 10분 비행기 편으로 일본으로 돌아갔다. 신도 의원은 “입국 거부로 사생활을 제한받고 있다”며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우리 정부의 조치에 반발했다.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적(實效的)으로 지배하고 있다. 러시아와 분쟁 중인 쿠릴 열도 최남단 4개 섬은 일본령과 러시아령을 오락가락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다. 독도는 역사적으로, 실효적으로 한국 땅이다. 우리 정부가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의원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권리이며 정당한 조치다. 러시아도 2009년 쿠릴 열도에 입국하려는 일본 외무성 직원을 돌려보낸 바 있다.

만약 이들이 한국에 입국했을 때 안전을 책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국 자제를 호소했음에도 일본 의원들은 입국을 시도했다. 울릉도 ‘방문’ 대신에 ‘시찰(視察)’이란 용어를 썼다. 이런 무례를 저질러야 일본 선거에서 표가 나오는 것이라면 한일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국민은 대체적으로 독도를 잘 모른다. 2005년 일본 시마네(島根) 현이 이른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이름)의 날’을 제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부들이나 알고 있던 섬이었다. 일본 극우파가 역사를 왜곡하며 충동질만 하지 않아도 한일 관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은 어제 “합법적으로 입국하는 국회의원에 대해 한국이 입국 금지로 대응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의 외국행(行)에 대해 정부로서 논평할 처지가 아니다”라던 것과는 다른 태도다. 이번 사건이 몇몇 일본 국회의원의 돌출 행동을 넘어 일본 정부의 기본 태도와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 극우파의 도발은 반복돼 왔다. 독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가 답답할 게 없다. 조용히 그리고 원칙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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