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폴 크루그먼]오바마의 굴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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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연방정부 부채 상한을 높이기 위한 협상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많은 해설가는 재난을 피했다고 선언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협상 자체가 재난이기 때문이다. 이미 침체된 경제에 피해를 주고 미국의 장기 적자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현재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는 내년, 아마 내후년까지 침체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잘못된 것은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것이다. 경제를 더 침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협이란 사기극’을 불러온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지출 감축 등의 강경 조치가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자신감을 되찾게 해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경제 침체 상황에서 예산 삭감은 재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더 악화시킬 것이다. 연방 채무에 대한 이자율은 현재도 매우 낮아 지출 삭감은 이자 비용을 줄이는 데 별다른 역할을 못할 것이다. 지출 삭감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치료한답시고 환자의 피를 뽑아 병세를 더 악화시켰던 중세의 의사들과 같다.

이번 협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대통령의 비참한 굴복’이다. 재정 수입의 증가 없이 지출을 줄인 후 앞으로 적자도 줄이라는 권고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다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더 많은 지출 삭감이 이뤄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다.

공화당은 극단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 못하면 재정 붕괴를 감수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 줬다. 이런 공화당이 다음에는 더 합리적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공화당원들은 그들의 위협에 직면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며 더 대담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세금 삭감안을 연장하며 굴복했다. 그는 공화당이 정부를 문 닫게 하겠다고 협박한 봄에도 굴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부채 상한 협상에서 굴복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에는 대안이 있었을까? 그렇다. 우선 12월로 돌아가 그는 채무 상한 증액을 요구해야만 했다. 왜 그렇게 안 했는지 물어봤을 때 그는 공화당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대답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몇 개의 옵션을 이용해 채무 상한을 회피하기 위한 법률적 조정을 할 수 있었다. 평상시 환경에서 이것은 극단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하원을 장악한 당에 의한, 말 그대로 강탈 상황에서 그것은 전체적으로 정당한 것이 될 것이다. 적어도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협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법률적 회피책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모든 옵션을 처음부터 배제했다.

대통령의 강경한 자세가 시장을 걱정하게 하지는 않았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만일 내가 투자자였다면 나는 대통령이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공갈에 맞설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면서 낙담하지 않고 자신감을 회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반대쪽을 선택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다차원적인 재난이다. 민주당에는 정치적 재난이다. 그리고 피해는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은 민주당이 패배자가 되진 않을 것이다. 공화당이 해낸 것은 정부의 모든 시스템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어느 당이 무자비하게 국가의 경제 안보를 위협하고 독재 정책을 택한다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까? 아마 대답은 ‘할 수 없다’일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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