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고속철 참사와 중국이 당면한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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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1978년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래 중국은 경천동지할 변화를 겪었다. 중국은 세계가 모두 주목하는 ‘중국의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길은 넓어졌고 차는 많아졌으며 기차는 빨라졌다. 국민의 살림살이 역시 좋아졌다.

고속철은 한때 모든 중국인의 긍지였다. 중국 정부와 언론이 찬양하는 ‘중국의 속도’를 고속철은 현실로 보여줬다. 그러나 7월 23일 저장 성 원저우에서 고속철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중국인들은 이 사고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 참사는 적어도 4가지 면에서 중국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로 국민의 알 권리와 자유로운 의사 표현 권리가 전례 없이 커졌다. 이미 사건 발생과 처리의 상세한 사정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또 이런 민의의 분출은 하늘과 땅을 덮을 수 있는 힘으로 성장했다. 이런 힘은 언제라도 사회 여론에 반영되고, 정부 행정을 감독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한다. 중국은 원래 정부 주도의 국가이고 민의는 종종 ‘장식’이었지만 이제 민의는 사고 처리 과정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철도부는 배상금을 처음에 17만 위안으로 제시했다 민의의 압력으로 50만 위안, 91만 위안으로 올렸다. 사고 원인도 철도부의 최초 발표 때는 번개로 인한 천재였는데 이제 ‘인재’로 변했다.

세 번째로 민의는 중국 정치개혁을 추동하는 중요한 동력이 됐다. 중국 정치시스템과 사회발전 중에 쌓여 온 각종 폐단이 이번 사고로 ‘햇살 아래’ 드러났다. 중국 정치개혁은 원래 위로부터 아래로 향하는 상명하달 식이었다. 지도자들이 개혁을 하고 싶어야 각종 개혁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민중은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혁하라고 분명하고 강렬하게 요구하고 있다. 적잖은 중국의 엘리트들이 인터넷과 언론에 공개적으로 중국 철도의 운영이 사유화됐다며 그 폐단을 근절하라고 요구한다.

네 번째는 중국식 발전모형에 대해 중국인이 처음으로 의심과 반성을 한다는 점이다. 중국인 스스로가 무작정 속도와 효율만을 좇고 공정과 정의가 결핍된 중국식 발전모형을 반드시 조정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선량하고 온화하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 대해 계층과 지역, 직업을 가리지 않고 모두들 분노하고 있다. 기차는 중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대중 교통수단이다. 기차가 안전하지 않으면 이 나라에 진정으로 안전한 게 어디 있는가?

이제 중국인들은 고속철이 과거 7년 동안의 비약 과정에서 속도를 위해 품질과 승객의 안전을 얼마나 많이 희생시켰는지 알고 싶어 한다. 또 이 과정에서 펼쳐진 ‘돈과 권력의 결탁’이라는 흑막을 걷어내고 싶어 한다.

현재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체제는 중국의 발전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사회가 원하는 수준과 비교하면 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 노선을 개발 운영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 규정, 소프트웨어, 직원 등은 그에 걸맞게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이번 사고는 중국의 ‘구체제’와 ‘새로운 환경’이 서로 맞물리지 못해 생긴 결과다. 문제는 이런 게 중국의 구석구석마다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자는 단호한 결단으로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중국의 새로운 현실과 공평 정의 민주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따라 정치 사회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중국의 발전은 민주적인 중국과 맞물려야만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중국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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