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지현]인권위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 100일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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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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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사회부
김지현 사회부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가 22일 개소 100일을 맞는다. 인권위는 북한 인권 침해 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대북 정책 수립 등에 활용하겠다며 올해 3월 15일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을 설치했다. 이전까지 민간단체들에서 주로 도맡아 오던 일을 국가기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국제인권 기준에 따라 공식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단 100일간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그간 정치범 수용소와 교화소에 수용됐던 탈북자들이 직접 겪은 고문과 강제노역 등 인권 유린 실상을 알려왔고, 납북 피해자와 이산가족 등 700여 명의 인권침해 사례를 접수했다. 인권위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사회와 공조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산가족 681명이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어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집단으로 제기한 진정은 유엔인권보호기구와 공유하고, 올해 7월 개최 예정인 유럽의회와의 공동 심포지엄에서도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센터가 아직까지 제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반쪽짜리 기구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문제는 정보 부재다. 올해 3월 인권위는 현재 국가정보원과 검찰 통일부 군수사기관 등에서 합동으로 하는 탈북자 심문과정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 명색이 북한 인권 침해 실상을 기록하는 기구가 탈북 직후의 가장 생생한 증언을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합동심문을 마치고 통일부 산하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 입소를 기다리는 탈북자들이라도 인터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 역시 사실상 거절당했다.

정부 부처들과의 밥그릇 싸움뿐 아니라 센터 내부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이 센터에서 탈북자 증언을 수집하고 기록할 직원은 단 2명. 이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2만 명의 탈북자들을 감당해야 한다. 실태조사비도 지난해보다 3분의 1이 깎여 자금 상황도 어렵다. 이렇다보니 당초 취지와 달리 센터가 직접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이미 언론이나 다른 인권단체에서 수집한 기록을 2차적으로 전달만 받고 있다. 인권위가 일단 성급하게 센터의 문만 열고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북한의 인권 유린 기록은 마땅히 보존돼야 하고 국제 사회에도 더 정확하게 알려져야 한다. 정부 부처들 간의 적극적인 업무 협조와 더불어 인권위 역시 외부에서도 공감하도록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김지현 사회부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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