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인권특사 첫 방북, 인권 개선 촉구해야 의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미국의 로버트 킹 대북(對北)인권특사가 이끄는 식량평가팀이 어제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정부가 2005년 8월 제이 레프코위츠를 첫 대북인권특사로 임명하자 “우리나라에 대한 제도전복 기도를 실행단계로 옮기려는 도전적이고 위험한 행위”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북한의 태도가 변했다. 한성렬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1월 킹 특사를 만나 식량분배를 위한 모니터링(감시)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해결하겠다”며 대규모 식량지원을 요청했다. 북한이 이번에 대북인권특사 방문을 처음으로 수용한 것은 식량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일 것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의 북한 방문은 2009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미국은 철저한 현지조사를 거쳐 6월 이후 북한에 식량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은 미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남북 관계를 도외시하면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은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에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미국이 덜컥 대규모 식량지원을 결정한다면 북한은 무력도발의 면죄부를 받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존 매케인을 비롯한 미국 상원의 민주 공화당 중진의원들은 “한국의 안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미국은 김정일 정권을 강화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해선 안 된다”며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일부 미국 상원의원은 23일 북한과 시리아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공개했다. 식량지원이 북한의 핵 야망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에 걸림돌이 돼서도 안 된다.

킹 특사의 주 임무는 북한의 인권개선이다. 북한에 대해 인권개선을 위한 고언(苦言)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핵과 미사일 개발, 그리고 김정일의 호화별장 건설에 들어가는 돈을 풀어 주민을 먹이는 노력부터 하라고 촉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식량을 지원받을 태세를 갖추려면 6개월째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도 풀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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