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北 ‘외화벌이’ 뜯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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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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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민의 약 10%인 800만 명은 세계 곳곳에서 건설노동자 가정부 유모 등으로 힘들게 일한다.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총액은 매년 100억 달러를 넘어 필리핀 경제를 지탱하고 가족들을 먹여 살린다. 멕시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역시 해외파견 근로자의 송금이 한몫을 한다. 한국도 과거 개발연대 시절 서독에 나간 광원과 간호사, 베트남과 중동에 진출한 근로자들이 보내온 돈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소득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받았다.

▷잘못된 체제에다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자를 만나 허덕이는 북한 주민도 해외에서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대북(對北) 인권단체인 ‘북한인권개선모임’ 등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6만∼7만 명이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국 등에서 일하면서 연간 수억 달러 이상 벌어들인다. 그러나 실제로 근로자가 손에 쥐는 돈은 공식 봉급의 3분의 1을 넘기 어렵다. 중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10%에 못 미치는 사례도 많다. 대부분의 돈은 김정일 일가를 비롯한 노동당 군부 행정부의 소수 특권층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뜯긴다.(본보 11일자 A1면 참조)

▷북한에서는 당성(黨性)이 좋은 ‘혜택 받은 계층’이 아니면 외화벌이에 나가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봉급의 90%를 뜯겨도 외국에 나가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다만 얼마라도 외화를 손에 쥘 수 있으니 북한에 남아 있는 것보다는 낫다. 과거 서독에 갔던 우리 광원과 간호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모두 본인과 가족에 돌아갔다. 계약기간이 끝난 뒤 현지에 남아 성공한 삶을 가꾼 사람도 많지만 북한 외화벌이 일꾼들은 외국에 남을 자유도 없다.

▷일부 친북세력은 대한민국이 걸어온 경제발전과 성공의 역사를 폄훼하면서 북한 지배층에 대해서는 ‘내재적 접근법’ 운운하는 모순된 논리로 감싼다. 한국은 빈부 격차가 심하지만 북한은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평등과도 거리가 한참 먼 사회다. 대다수 주민은 굶주리지만 한 줌도 안 되는 북한의 특권층은 호의호식하면서 ‘천민 자본주의자’ 뺨치는 타락에 빠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권과 평등, 진보를 들먹이는 친북좌파가 주민의 외화벌이 임금을 뜯어먹는 북한 집권층의 행태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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