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강규형]소형모듈 원전에 미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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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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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객원논설위원·명지대 교수 기후변화에너지대책포럼 국제협력위원장
강규형 객원논설위원·명지대 교수 기후변화에너지대책포럼 국제협력위원장
니체의 동명 철학소설에 기초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는 장대한 곡이다. 여기서 슈트라우스는 자연의 힘과 인간·과학의 힘을 극적으로 대비시켰다.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은 자연의 막대한 힘을 보여줬고, 그 앞에서의 인간의 무력감을 재확인시켜줬다. 언젠가 인류는 공룡시대처럼 자연에 의해 종말을 맞을 것이다. 인간이 멸망을 재촉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엄청난 규모의 자연재해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격발시켜 막 시작된 ‘원자력 르네상스’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이겨내면서 교훈을 얻고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해 왔던 것이 인류 문명의 역사다. 역시 원전에는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새삼 각인됐다. 유럽연합(EU) 에너지위원장은 기존보다 훨씬 더 상향된 안전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각국은 일단 냉각장치의 이상 유무, 쓰나미 등 자연재해 발생 시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수 없는 지역이다.

일본의 경우 초기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원전 부식을 우려해 해수 주입을 주저하는 사이 사태가 악화됐다. 도쿄전력이 민간 기업이기에 얄팍한 이익에 급급하다 결국 훨씬 큰 손실과 재앙을 초래했다. 일부 주요 기간산업에는 민영화가 위험하다는 교훈을 주기도 했다. 사용후핵연료도 사고 시 위험요소로 부각됐고 한국에서 2016년에 포화상태에 이르는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도 시급해졌다. 이런 면에서 한국이 벨기에 주도의 사용후핵연료 중저준위화 기술인 ‘미라(Myrrha)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참여를 주저하는 것은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자연냉각 기능으로 안전성 확보

전력 소비의 3분의 1을 원자력에 의지하는 한국에서 무작정 원전에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해외 석유에만 목매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군다나 이를 선동하는 주요 세력들이 북한 핵무기에 대해선 용인하는 사람들이라는 대목에서는 어이가 없다. 그 대신 이참에 너무 싼 전기료의 현실화를 고려하고, 에너지 절약에도 더 힘써야 한다. 나도 현재 애지중지 타고 있는 저가형 소형차를 다 쓴 다음에는 더 고효율·친환경적인 하이브리드차로 바꿀 계획이다.

온난화에 대처하면서 현대문명을 지탱할 대규모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원자력이다. 원자력 선도국가인 프랑스 에너지장관은 자국 내 원자로 58기에 대한 총체적 안전점검을 발표함과 동시에 원자력이 계속 21세기 핵심 에너지원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당시 필리핀 아키노 대통령은 바탄 원자로 가동을 무조건 중단시켜 현재는 폐허 상태이고, 그 때문에 필리핀은 고질적 전력난에 헤매고 있다. 계속 원전을 육성 발전시킨 한국 프랑스와는 전혀 다른 잘못된 선택이었다. 현재 한국 원전은 후쿠시마보다 안전한 방식이며, 상용화 직전 단계인 4세대 원전의 안전성은 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식경제부 지식경제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은 며칠 전 한국의 ‘미래 먹을거리’인 선도기술 6개를 후보과제로 발표했고 그중 ‘다목적 소형모듈원전’을 포함했다. 소형모듈원전(캡슐원전)이란 원자로의 크기를 줄여 노심용융 사고 확률을 연간 1억분의 1 이하로 낮추는 혁신적 기술이다. 용량은 300MWe 이내로 사고 시 소형화에 따른 대형사고 방지는 물론이고 자연냉각 특성으로 외부 전원이 전혀 필요 없다. 원자로 모듈이 공장에서 완성되고 수송되며 모듈 공법으로 단기간에 건설된다. 또 해안은 물론이고 내륙의 다양한 곳에서 요구 조건에 맞춰 전력, 지역 냉난방, 담수화 등 다목적으로 사용된다.

사용후핵연료 대책 마련 시급

현재의 대형 원전은 규모의 경제성을 중시해 원자로 용량을 최대화해야 했기에 수조 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비, 긴 송전선로 확보, 추가적 안전설비가 요구되지만 소형 모듈원전은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송전시설 건설은 현재 지역사회의 큰 갈등요인이다. 그러나 소형원전은 긴 송전선이 필요 없고 신재생에너지와 연계돼 스마트그리드를 운영하는 지역에도 적합하다.

대형 원전은 일본처럼 예상을 넘어선 큰 사고 시 대규모 외부냉각이 24시간 내 투입되지 않는 한 노심의 용융과 방사성 물질 누출이 일어난다. 그러나 소형 원전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고의 진행이 매우 느리고 외부 전원 없는 자연냉각 기능으로 안전성이 확보된다. 핵연료의 수명을 크게 연장해 핵연료 교체 주기를 약 20년으로 늘리고, 연소도를 높임으로써 사용후핵연료 방출 및 저장을 격감시킨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제기하는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동시에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수출산업으로도 안성맞춤인 소형모듈원전에 주목해야 한다.

강규형 객원논설위원·명지대 교수 기후변화에너지대책포럼 국제협력위원장 gkahng@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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