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도 사실도 안 믿는 ‘불신사회, 미신국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일본 원전사태 여파로 우리나라에서 방사선 피폭 예방효과가 있다는 요오드 공동구매가 한창이라고 한다. 요오드 성분이 든 소금 사재기 열풍이 중국에 이어 한국에도 불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원전의 방사능이 국내에 올 가능성은 거의 없고, 평소 한국인의 요오드 섭취량이 많아 오히려 과다 복용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만 ‘방사선 괴담’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천안함 음모설도 1년째 살아 움직인다.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전문가를 비롯한 73명이 참여한 다국적 합동조사단이 55일간 수십 차례의 현장검증과 모의실험을 하며 증거물을 확보해 북한의 소행임을 밝혔는데도 상당수는 지금도 믿지 않는다.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자신의 경험과 인터넷 동영상’이 근거라는 황당한 소리를 했다. 그는 작년 10월 국회에 나와 폭발실험을 하겠다고 해놓고 빈말에 그쳤지만 추종자를 아직도 많이 거느리고 있다.

민주당 추천으로 합동조사단에 참가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북 어뢰 추진체에 쓰인 1번은 우리가 쓴 것 같다”고 주장했다. 탈북자가 “북은 어뢰 분해 후 조립할 때 헷갈리지 않기 위해 1번, 2번이라고 적는다”고 증언했다. 연평도에서 수거한 북한 탄피에서도 유사한 숫자 표기가 나왔다. 그런데도 믿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안 믿는다.

3년 전 나라를 뒤흔든 ‘광우병 괴담’이야말로 과학과 사실 부정(否定)의 극치였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미국을 광우병 위험통제국으로 판정했는데도 ‘미국 소=광우병’이라는 등식을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OIE의 판정은 별 의미가 없었다. 미국 쇠고기의 작년 평균 국내시장 점유율은 22% 정도다. ‘광우병 괴담’대로라면 미국 쇠고기를 먹는 우리 국민은 머지않은 장래에 죽음의 병에 걸려야 한다. 광우병 시위 주동자들은 22%의 선택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연설에서 “방사능 낙진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이나 비과학적인 억측에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 하겠다”고 말했다. 과학적 근거는 제쳐두고 믿고 싶은 것만 떠드는 세력이 판을 치는 나라는 미신(迷信)국가라고 할 수 있다. 친북 반미 반정부를 위해서는 과학과 사실마저 부정하니 사이비 종교를 믿는 맹목(盲目)의 신자와 무엇이 다른가. 악의적인 이념이 덧칠된 거짓 주장은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마저 위태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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