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만 원 이하 정치후원금 세액공제’ 재검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정치자금법 개정안 파문을 계기로 10만 원 이하 소액 정치후원금을 기부자에게 전액 되돌려주는 현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체와 법인들이 정치인을 변칙적으로 후원하는 통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기도의 한 운수회사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후원계좌에 1억500만 원을 소액으로 쪼개 직원들 명의로 입금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치자금법 31조는 단체나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받는 정치자금이 사회 문제가 되자 이를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개인은 연간 2000만 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다. 특히 10만 원 이하의 개인 기부는 연말정산 때 전액 세액공제로 되돌려 받는다. 그러다 보니 단체나 회사가 직원들을 시키거나 명의를 빌려 10만 원 이하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기부하는 편법이 등장했다. 이른바 ‘정치후원금 쪼개기’다.

단체 직원들은 10만 원 이하의 후원금을 대신 내더라도 나중에 되돌려 받으니 손해 볼 것이 없다. 정부는 그만큼 세금을 적게 거두게 되고, 국고에서 정치인의 후원금을 대주는 꼴이다. 종교단체 등에 대한 기부에는 세액공제가 아닌 소득공제 방식으로 일부만 되돌려주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체나 법인들이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주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자신에게 유리한 입법이 이뤄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특혜를 받으려는 의도일 수 있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일종의 ‘보험’을 들기 위한 목적도 있다. 노조는 이념적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정당의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몰아주기도 한다. 단순히 정치인과의 친분 관계로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 법 위반이다. 정치인들은 단체나 회사가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후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일이 구별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편법임을 알고 받았다는 증거가 확실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현행 제도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난 이상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고 단체와 법인의 편법 기부를 정당화해주는 방식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 정치자금의 투명화라는 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편법 기부를 차단할 수 있는 새 방식을 찾아야 한다. 정치후원금 모금도 정치인 하기에 달렸다. 정치인들이 의정활동에 충실하고 정치를 잘한다면 어떤 방식이든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가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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