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9조 집행하는 장수만 청장의 ‘함바 수뢰’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이 건설현장 식당(함바) 운영과 관련해 6300만 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1월 중순경 함바 비리 연루 혐의를 받게 된 직후 고교 동창인 지인에게 현금 5000만 원과 백화점 상품권 1300만 원어치를 맡긴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이 돈이 함바 사건이 아닌 다른 비리와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의 수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부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모 씨는 문제의 6300만 원을 압수당한 뒤 “장 청장이 ‘언론에 내 이름이 나와 의심받을 수 있다’며 돈을 맡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6300만 원을 맡긴 것이 사실이라면 그 돈의 출처와 함께 누구로부터 어느 시점에 돈을 받았고, 친구에게 맡긴 이유는 무엇인지 규명돼야 한다. 떳떳한 돈이라면 은행에 실명으로 예금하는 게 정상이다.

검찰은 장 청장이 함바 운영업자 유상봉 씨(구속기소)로부터 2500만 원을 받은 의혹에 대해 조사했으나 혐의를 아직까지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장 청장에 대한 조사를 질질 끌지 말고 그를 불러 조속히 진위를 가려야 한다. 비리 의혹이 계속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그에게 방위사업청을 계속 맡길 수는 없다. 올해 방위력 개선비는 국방비 31조2700억여 원 중 3분의 1에 가까운 9조6600억여 원이 책정됐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주무르는 기관의 장(長)은 한 점의 의혹도 없는 사람이라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방위사업청을 신설한 것도 무기 도입 비리를 없애고 효율적인 전력 증강을 위한 취지였다.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인 장 청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조달청장에 기용된 뒤 국방차관을 거쳐 지난해 8월 방위사업청장에 임명됐다. 그의 국방차관 발탁은 국가예산(올해 310조 원)의 약 10%를 차지하는 국방예산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서였다. 그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현직에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사표를 내고 수사를 받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검찰은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장 청장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밝혀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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