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 美-中정상의 메시지 정확히 읽어라

  • 동아일보

“북한은 남을 위협하는 방법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을 다함으로써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경제적 지원을 해줄 준비가 돼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의무를 다해야 한다.” 11일 한미 정상회담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완곡하면서도 뼈 있는 충고를 북한에 보냈다. 그는 또 “6자회담은 북한의 진정성을 봐야 한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바는 북한이 우리와 했던 약속을 지키고 비핵화를 향해 되돌릴 수 없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중국에 대해 ‘훌륭한 모델이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중국의 발전 경험을 북한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후 주석은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안정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에 대한 중국의 비호는 국제사회에 실망을 안겨줬다. 중국이 진정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면 북한의 태도 변화와 핵 포기에 대해 더 강한 의지를 북한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지도적인 핵강국으로서 핵 확산 문제에 대한 특별한 의무를 갖고 있다”며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다.

북한은 핵 문제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상황에서 천안함 도발로 남북관계마저 극도로 경색돼 생존을 위협받는 위기에 몰렸다. 그럼에도 핵이 3대 세습의 ‘김일성 왕조’를 지켜줄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핵 개발 야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오판은 중국이 어떤 상황에서도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리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6자회담 참여’를 미끼로 던질 경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한미 관계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이것 역시 착각임이 이번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에서 거듭 확인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인접국에 호전적 행동을 하고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세계에서 계속 고립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보조를 맞출 것이고,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관계 개선이나 고립에서 벗어나리라는 기대를 갖지 말라고 분명히 한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살길을 찾으려면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이 던진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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