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운하 분명 아니라면 ‘대운하 주장’에 왜 침묵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8일 “위장된 운하사업인 4대강 사업은 분명히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19일 “4대강 사업은 명백한 대운하사업”이라고 단정했다. 제1 야당을 이끄는 두 정치인이 이렇게 나오니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두 번씩이나 “임기 중에는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이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야당은 진정으로 믿지 않는 것인지, 사실과 관계없이 대운하 주장이 국민에게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4대강 정비인지 대운하인지는 공사의 내용과 사실 관계를 따져보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대운하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터널 공사다. 강에 대형 화물선이 다니게 하려면 상·하류 수위 차 극복을 위한 갑문시설과 더불어 터미널을 설치해야 한다. 최소 6m 이상의 수심을 확보해야 한다. 4대강 사업에서 과연 이러한 세 가지 핵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정부 사람들은 국민 앞에 나서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 아닌가. 야당의 대운하 공세에 그냥 입 닫고 있으면 4대강이 대운하라고 믿는 사람은 자꾸 늘어날 것이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 어떻게 다른지 국민을 납득시킬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 대통령이 손 대표와 만나고, 국무총리나 장관들이 야당 당사를 찾거나 환경·종교단체의 집회·시위 현장 또는 TV프로그램에 나가서 당당하게 “이건 아니다, 정치공세 그만하라”고 대응해야 할 것 아닌가.

경부고속철의 천성산 터널은 2003년부터 지율 스님이 이른바 ‘100일 단식’을 하고 환경단체가 도롱뇽을 원고로 하는 소송을 벌이는 바람에 세 차례나 공사 중단을 겪었다. 그 사이에 국가 예산이 낭비됐다. 그런데 습지는 터널 공사가 완료된 뒤에도 건재하다. 도롱뇽은 웅덩이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 그렇다고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벌였던 사람 중에 누구 하나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진 이는 안 보인다. 4대강 사업이 완성된 뒤 대운하 공사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변명할지 똑똑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국적 민군합동조사단이 밝혀낸 천안함 폭침(爆沈) 원인을 아직도 못 믿겠다는 국민이 30∼40%에 이르는 데도 정부 책임이 크다. 천안함이든 4대강이든 밑도 끝도 없이 제기되는 루머, 설(說), 선동의 허구성을 무너뜨리려는 정부의 치열함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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