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김태호 낙마사태, 바라보는 公心도 제각각

동아일보 입력 2010-09-01 03:00수정 2010-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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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직원을 사택 가사도우미로 활용했다는 얘기를 듣고 화가 났다. 남자들이 군대 가서 상관 집안일을 도와주곤 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도청이 군대인가.”(8급 여자 공무원)

“‘과거’ 의혹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진실성이 의심받고 거짓말한다는 인상마저 주니까, ‘미래’ 정책 수행 능력에 회의감이 들더라.”(경제부처의 국장급 공무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이끈 것은 성난 민심(民心)이었다. 그의 씁쓸한 퇴장을 지켜본 공심(公心·공무원들의 마음)도 이처럼 민심과 다르지 않았다. 직급에 따라 관전 포인트의 미묘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가사도우미 문제에 가장 민감했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4급)은 “솔직히 나는 그 문제가 이번 낙마의 핵심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런데 7급 이하 직원들 사이에서는 ‘40대 젊은 도지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심한 거부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나를 포함해 고시(考試) 출신들은 ‘상관이 사적(私的)인 용도로 공무원인 나를 이용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중하위직 공무원들과 감정선(感情線)이 다소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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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급 과장급 공무원들은 단연 김 후보자의 거짓말 의혹을 문제 삼았다. 특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만난 시기에 대해 답변이 오락가락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기획재정부의 한 과장급 인사는 “그렇게 중요한 사안을 왜 처음부터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했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거짓말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아,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간부도 “미국 같은 선진국의 인사청문회를 봐도 가치관이 다르거나 소신이 특이한 것은 얼마든지 용납하지만 거짓말은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나거나 통화한 공무원들은 대부분 “이번 사태가 정부가 내세운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성장통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발가벗기기 식의 인사청문회 방식에는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한 차관급 인사는 “나름대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다고 자부해왔는데 지금의 청문회 기준을 갖다 대면 나도 공개망신 당할 수밖에 없겠더라. 장관 시켜줘도 하기 싫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낙마 사태가 ‘영원한 승자’가 없음을 입증했다면 앞으로 일반 국민과 공무원들에게 ‘영원한 패자’가 없다는 희망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공정하다.

부형권 경제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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