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곽채기]공기업 부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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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부채 문제에 위험 신호가 켜졌다. 국가부채의 3분의 1 수준에 이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부채가 공개되면서 공기업 부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미 지난해 한국의 공기업 부채 증가에 주목하면서 재무관리 강화를 권고했다. 신용평가회사들도 한국 경제의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공기업 부채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에 100조 원 규모였던 공기업 부채는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하여 2009년 말 기준으로 213조 원이다. 국가부채의 62%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 중 LH의 부채는 110조 원으로 공기업 전체 부채의 50%를 상회한다. 이렇게 악화되는 과정에는 공기업의 경영실패도 한몫했지만 정부실패와 시민실패(citizen failure)도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정부 공기업 국민, 3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LH의 부채는 2004년 이후 공사의 재무역량을 초과한 과다한 정부의 정책사업을 떠맡으면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공사의 핵심 설립 목적인 임대주택사업의 경우 정부가 건설비용은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서 임대료는 낮은 수준으로 통제해 구조적인 부채 발생 요인을 안고 있다.

LH 다음으로 금융성 부채 규모가 큰 한국전력공사의 경우에도 올 상반기에 2조3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대규모 적자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전기요금 규제로 인해 발생하고, 공사의 부채 규모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공기업의 부채는 정부정책에 의한 무리한 투자,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 규제, 투자사업비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감소 등 정부실패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공기업의 부채가 증가하면 그만큼 국가부채가 증가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이 높아지며 추가적인 금융비용 발생으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더 많은 비용 부담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불합리한 공기업 부채 발생을 예방하는 사전통제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발생한 공기업 부채에 대해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와 공기업 간 재정지출 책임의 명확한 분담 체계를 설정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해 수행할 정책사업비를 공기업에 떠넘기지 못하도록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경영실패로 인한 부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대규모 신규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제도를 도입하여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법제화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활용하여 국가부채 관리 계획에 상응한 공기업 부채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관리해야 한다. 이와 연계하여 공기업의 적정 부채에 대한 모니터링 및 경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으로 이자지급이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이자보상배율을 활용하여 적정 부채규모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경보시스템을 작동시켜 별도의 재정건전화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 부채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의 국철(JR)이나 고속도로관리공단의 민영화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공기업의 해체 또는 민영화 외에 대안이 없다. 이러한 마지막 단계에 이르지 않도록 정부와 공기업 그리고 국민 3자가 협력적 노력을 통해 공기업의 경영건전성을 확보하여 공기업이 국민경제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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