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민기]‘빨리빨리’ 대신 ‘조심조심’ 습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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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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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일본의 경제신문이 한국경제를 분석한 특집기사에서 한국기업의 성공비결을 스피드 경영이라고 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한국인의 특성을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에 ‘빨리빨리’가 있다. 외국인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라고 할 정도로 세계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문화가 됐다.

‘빨리빨리’ 문화는 경제 분야에서 짧은 기간에 고속성장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이것 하나만으로 경제발전이 가능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성장동력이 됐음은 분명하다. 경부고속도로는 400km가 넘는 대공사를 2년 5개월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완공한 고속도로로 기록됐다. 조선과 자동차, 인터넷 분야에서도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가 있었기에 지금은 세계 시장 1등 품목 121개를 보유한 나라가 됐고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경제규모 15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우리에게 ‘빨리빨리’는 분명 경쟁력이었지만 이면에는 심각한 후유증도 있었다. 성장 위주의 정책추진 과정에서 안전 분야를 다소 소홀히 취급했고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형사고를 경험해야 했다.

산업현장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일터에서는 매일 260명이 다치고 이 중 6명이 목숨을 잃는다. 한 해 9만7000명이 다치고 2100명이 숨진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최근 10여 년간 일터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계일류 국가가 되려면 물질적인 면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 행복한 가정과 번영하는 기업,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이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문화는 한 사람, 특정계층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최근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대표 슬로건을 정했다. ‘조심조심 코리아’다. 우리 경제를 이만큼 성장시켜온 ‘빨리빨리’ 문화를 이제는 안전 분야에서만은 ‘조심조심’으로 바꾸자는 의미이다. ‘조심조심 코리아’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슬로건은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입니다’와 ‘안전 앞에 늘 겸손하세요’로 정했다.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입니다’는 일상 속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위험요인을 꼼꼼히 살펴보자는 뜻이다. ‘안전 앞에 늘 겸손하세요’는 익숙한 일이라도 자만하지 말고 안전의 원칙을 지키자는 의미이다.

‘조심조심 코리아’는 우리 공단만의 슬로건이 아니다. 일터와 우리 사회가 함께 새겨야 할 안전의 키워드다. 공단은 앞으로 이 슬로건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도록 범국민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올해로 43회째를 맞이하는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가 7월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최신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축제의 장으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한다.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을 비롯해 국제안전보건전시회와 세미나, 발표대회를 진행한다. 또 어린이가 참여하는 안전동요제와 안전문화 페스티벌 등 안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속도가 경쟁인 시대,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또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이제부터 안전 분야에서 ‘조심조심’의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원한다. 나부터, 우리부터, 작은 일부터 ‘조심조심’하고, 안전을 실천하자.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노민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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