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원] 한국산 車부품에 놀란 日업계 “값싸고 좋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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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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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네요. 한국 정말 빨라요.”

17일 가나가와(神奈川) 현 아쓰기(厚木) 시 닛산 테크니컬센터에서 열린 한국자동차부품 전시상담회. 행사장을 둘러보며 연방 “오모시로이(おもしろい·흥미롭다는 뜻의 일본말)”를 연발하던 일본 부품업체 ‘프라스트’의 엔도 데쓰지(遠藤哲司) 구매담당 이사는 “일본에서 ‘이런 것을 해보면 괜찮겠다’ 생각하는 순간 한국에서는 이미 상품으로 나와 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행사는 개막식이 오전 11시임에도 이른 아침부터 엔지니어와 구매자 1000여 명이 몰려 행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전시회를 주관한 닛산 관계자는 “연간 수차례씩 전시상담회를 열지만 이번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참석자가 많았다”며 “그만큼 한국 부품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전시장을 돌아보는 일본 바이어의 눈빛은 진지했다. 제조업에 관한 한 세계 1위를 자부해온 그들에게 이제는 경계하는 시선마저 느껴졌을 정도다. 닛산의 나카자와 가즈유키(中澤和之) 구매담당 부장은 “지난해부터 한국 제품을 납품받기 시작했는데 엔지니어들의 평가가 좋다”며 “현재 20%인 해외부품 조달 비율을 40%까지 올릴 계획이어서 가격과 품질경쟁력이 뛰어난 한국제품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폐쇄적으로 이름난 일본 자동차 시장이 한국에 눈을 돌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환경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 미국 판매비중이 높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냈다. 판매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제조비는 그대로여서 심각한 경영압박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비싼 일본 제품만을 고수하던 일본 업체들이 한국 업체에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도요타가 한국의 39개 부품업체를 초청해 첫 전시상담회를 연 것이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올해 9월에는 미쓰비시와 스즈키가, 내년에는 혼다의 한국 부품 전시상담회 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한국 제조업에 또 다른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한국은 이미 제품의 일정 품질을 유지하면서 값싸게 빨리 만드는 능력은 뛰어납니다. 하지만 부가가치를 높이는 개발능력은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나카자와 구매부장의 한국 부품업체에 대한 총평이었다. 비단 한국의 부품소재 업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 제조업이 일본과 당당히 겨루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인 셈이다.

―아쓰기에서

김창원 도쿄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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