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 가구와 농어가를 제외한 전체 가구 중 중산층이 66.7%(가처분소득 기준)로 6년 전인 2003년의 70.1%에 비해 3.4%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빈곤층은 11.6%에서 13.1%로 늘었다. 상류층도 18.3%에서 20.2%로 많아졌다. 중산층이 줄고 빈곤층과 상류층이 늘어나는 양극화 경향은 사회 갈등을 일으키고 경제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산층 감소 현상은 세계적 추세인 고령화와 기술진보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도 크다.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는 경제위기도 중산층 붕괴를 부채질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들의 빈곤층이 1985년 인구의 9.3%에서 2005년 10.6%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핀란드 독일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는 상류층과 중산층 간 격차도 커졌다.
한국의 중산층 감소 추세는 OECD 다른 회원국들보다도 빠르다. 1982년 66.7%였던 중산층 비중은 1992년 75.2%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08년 63.3%까지 떨어졌다. 중산층 기반의 약화와 함께 소득 격차도 커졌다. 소득불평등도는 1997년 3.72에서 2007년 4.74로 높아져 분석 대상 회원국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07년 기준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도 25.6%로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의 중산층 붕괴 속도가 빠른 것은 경제위기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기술진보로 고급인력 수요가 늘어난 반면 저급 노동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자리를 못 구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밀려나는 현상도 중요한 요인이다. 기술진보를 따라가지 못한 사람들이 중산층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간 소득격차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노령화한 1인 가구도 일자리를 잃고 빈곤층으로 이탈하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지면 계층 갈등이 심화해 사회 불안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중산층이 튼튼하게 받쳐주지 못하면 내수 기반이 취약해져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 다른 OECD 회원국처럼 사회복지 지출을 늘려 중산층 감소와 빈부격차의 심화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정부는 작년 3월 가계소득을 늘리고 교육비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중산층 키우기 ‘휴먼 뉴딜’ 정책을 내놓았으나 아직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신성장동력 산업과 서비스 산업을 키우면서 기술진보 탈락자들을 줄여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