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희망 노동연대’ 새로운 노조 문화 선도하길

  • 동아일보

현대중공업 KT 서울메트로 노조 등 전국 40여 개 노조가 새로운 노동운동을 모색하기 위해 ‘새 희망 노동연대’를 그제 출범시켰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노동운동, 투쟁보다 정책·공익 노조 지향,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노조로의 변신’을 다짐했다. 새 희망 노동연대의 출범은 정치투쟁 일변도의 길을 걸어온 민주노총과는 질적으로 다른 노동단체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현장에는 1980년대 말부터 주체사상을 비롯한 시대착오적인 좌파이념이 깊이 침투해 노동운동이 폭력적이고 반(反)기업주의 방향으로 흘렀다. 민노총은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반정부적 집단처럼 돼버려 툭하면 노동자의 권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정치적 구호를 내걸고 총파업을 벌였다. 이들이 벌이는 거리 투쟁에는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난무했다.

민노총에 반기를 들고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을 만든 권영목 씨는 지난해 2월 사망 직전에 쓴 ‘민주노총 보고서’에서 민노총의 부패상과 도덕성 상실을 폭로해 충격을 던졌다. 권 씨는 1980년대 한국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노동운동가였다. 그는 한때 독재정권 치하에서 함께 투쟁하던 민노총 지도부가 시대착오적인 낡은 이념과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부패한 집단임을 고발했다. 지난해 쌍용자동차와 KT 등 대기업 노조들이 민노총을 탈퇴하고 올해에도 6개 노조가 탈퇴를 결정했다. 합리적인 노조들이 민노총의 시대역행적이고 퇴행적인 노동운동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김영훈 민노총 신임위원장은 3일 한국노사관계학회 초청 간담회에서 “앞으로 쇠파이프를 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하루 만에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며 강력한 대(對)정부 투쟁과 4월 말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판이니 민노총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은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새 희망 노동연대가 결의문대로 새로운 노조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한국노총이나 민노총과 경쟁하는 제3의 노총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새 노동운동이 쇠파이프나 각목을 버리는 정도를 넘어서 노조문화의 DNA를 바꾸는 작업으로 이어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새 희망 노동연대가 법질서를 존중하고 노사 상생의 노조 문화를 선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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