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사들, 절박한 게 없어 학원 강사에게 지나

  • 동아일보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해 6월 전국 107개 고교에서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학생 6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모든 부문에서 학원 강사가 교사보다 나은 평가를 받았다. 경쟁력을 잃은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과 전문성과 수업 충실성은 물론이고 인성교육조차 학원 강사가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교사들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사법시험만큼 어렵다는 임용고사를 통과한 교사들은 학원 강사들과 비교되는 것 자체를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할 정도로 우수한 자원이다. 이런 인재들이 일단 정식교사가 된 뒤 가르치는 경쟁력이 학원 강사보다 떨어진다면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수가 없다.

교사가 열성이 부족하고 가르치는 경쟁력도 떨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62세까지 신분이 보장되고 퇴직 후 연금도 두둑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꼭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절박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가 될 때까지는 열심히 경쟁했지만 일단 교사가 되면 철밥통 구조에 안주하기 쉽다. 그러나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학원 강사들은 학생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 끝이다. 사교육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밤새워 입시전략과 교수법을 연구하고 교재를 개발하며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애쓸 수밖에 없다.

이번 설문조사는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전체 학생을 상대로 조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의 학교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조사 결과는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거듭 확인해 주었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해 1만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지루하다’가 37.8%로 가장 많았다. 교수법이나 학생과의 대화방식에서 교사가 개선해야 할 점을 시사한다.

일부 교사는 교수법을 개선하기 위해 학원 강의도 듣는다지만 공교육의 총체적 부실이 일부 교사의 개별적 노력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르치기 경쟁체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일부 특목고에서는 방과 후 수업에 학생을 강제 배정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어 교사들을 자극하고 있다. 교원평가제를 제대로 도입해 무능 부적격 교사를 주기적으로 퇴출하고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교사평가와 연계하는 방법으로 교사세계의 체질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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