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세익]포도밭만 잘 가꿔도 지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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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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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추구하는 지역발전 전략의 핵심은 지역 경쟁력 높이기다. 이를 위해 3차원 지역발전 전략 즉 광역경제권 초광역개발권 기초생활권의 개발을 추진한다. 광역경제권이나 초광역개발권이 대도시와 경제발전 축을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직접적 전략을 실행하는 데 무게를 둔다면 기초생활권은 중소도시 소도읍 농어촌을 포함하는 전국 163개 시군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기초생활권은 거대 담론 속에서 자칫 간과되기 쉽지만 국민 54%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기초적 공간이기에 광역경제권이나 초광역개발권 발전의 바탕이 된다. 이 때문에 기초생활권을 중심으로 지역 경쟁력 제고의 의미와 전략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거대 프로젝트 유치만을 고집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민간 부문의 큰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데는 관심이 큰 반면, 지역만의 특화된 자원과 역량을 발굴하고 재디자인하여 실질적으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또한 다른 지역 사례를 그대로 복제하여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그야말로 작고 소박하지만 지역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경우가 많다. 가령 프랑스 알자스 지역에서는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가공하고 도시민을 유치해 포도밭 경관 구경, 와인 시음, 와인과 어울리는 향토음식 시식, 주변 명소 탐방과 같은 관광사업을 운영한다. 그래서 지역의 1차 산업이 활기차게 지속되고 2차 산업으로 상당한 부가가치를 높이고 3차 산업이 융복합되면서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 주민의 삶의 질이 더불어 향상되는 경쟁력 있는 지역 브랜드가 탄생했다. 영국에서는 지역 주민의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방문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주민의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준공공버스를 운영하는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큰 자본을 유치하고 엄청난 시설을 지어 지역 경쟁력이 높아진 사례는 오히려 드물다. 해당 지역의 지역다움과 특화된 자원, 역량 있는 사람에 기초하여 새로운 발전 전략을 기획해 실행하는 방안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지역 경쟁력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행복감을 높이도록 특화된 지역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기초생활권 정책에 따라 시군 단위 지역개발과 향토산업 육성 지원액이 포괄보조금으로 지자체에 교부된다. 과거처럼 중앙정부에서 일률적으로 사업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지역이 자체적으로 지역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을 계획하고 이에 알맞게 주어진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지자체의 재량권이 커지는 동시에 역량에 따라 성과도 크게 달라진다.

모든 지자체는 해당 지역의 특성과 자원,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역에 맞는 경쟁력 강화 전략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사업 추진 이후에는 성과를 평가하여 보완하고 차후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지자체의 역량에는 많은 편차가 있고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다. 따라서 지역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앙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대학이 함께 참여해 지역발전지원센터(가칭)와 같은 실무 조직을 통해 기획 단계의 컨설팅, 집행 단계의 모니터링, 사업 집행 후의 성과평가를 지원함으로써 기초생활권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오세익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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