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암, 조기검진과 수술 실력이 완치율 높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10년 전 미국에서 위암에 걸린 사실을 발견한 한국인 A 씨는 고민 끝에 한국행을 결정했다. 미국에도 한국의 부유층 환자들이 찾아오는 존스홉킨스병원 같은 유수의 의료기관이 있지만 비싼 의료비도 문제거니와 위암 수술은 한국이 최고라는 평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한 종합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암 치료 실적을 보여주는 통계 자료가 발표됐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09 국가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완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암의 의학적 완치 기준인 ‘5년간 생존율’이 2003∼2007년 57.1%로 미국(66.1%) 캐나다(60.0%)에 근접한다. 10명 중 6명꼴로 암이 완치된다는 얘기다.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3대 암의 5년 생존율은 위암 61.2%, 자궁경부암 80.5%, 간암 21.7%로 미국(25.7%, 70.6%, 13.1%)보다 훨씬 높다. 국내 전립샘암 완치율은 82.4%로 미국(99.7%)보다 낮지만 폐암 완치율(16.7%)은 미국(15.6%)보다 다소 높다.

이렇게 암 완치율이 높아진 것은 검진 인구의 증가와 뛰어난 암 진단 및 치료 기술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999년 시작된 암 조기검진사업과 2003년 제정된 암 관리법이 큰 몫을 했다. 우리나라는 보험료 부과 기준의 하위 50%에 해당하는 국민에게 5대 암의 검진혜택을 주는 유일한 나라다. 정기검진으로 암이 발견돼 치료를 하는 환자에겐 법정 본인부담금 중 200만 원까지 3년간 지원해주는 방안도 수검률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됐다.

한국 의료진의 실력도 인정해야 한다. 2007년 동아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2∼2004년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원자력병원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은 수술건수도 많고 성공률도 높았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박사는 간이식 수술만 1000건을 넘게 집도한 세계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암은 아직도 국민 사망원인 1위이지만 조기에 발견만 하면 완치될 확률이 높다.

수술 실력이 좋은 국내 의료진이 해외 환자를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의료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의료 분야도 나날이 글로벌화하는 추세를 잘 활용하면 서비스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인 중에서 지난해 수술을 받기 위해 국외로 나간 사람이 56만 명을 헤아렸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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