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로 앤디 워홀. 실크스크린 자화상이야 숱하게 남겼지만 이 작품은 고향 피츠버그 시 카네기공대에서 미술공부를 하던 스무 살 즈음에 손으로 그린 초기 자화상이라 특별하다. 드로잉과 비슷한 회화작품도 제작했는데 당시 피츠버그 미술가협회전에 출품했다가 탈락의 쓴잔을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워홀은 어린 시절 몸이 허약했다. 밖에서 또래와 어울리기보다 집에서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드러낸 워홀은 형제 중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했다. 이 작품과 전시에 나온 젊은 시절의 드로잉에서 그의 데생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기계적 제작 방법에 의존한 것 아니냐는 비딱한 시선을 잠재울 만큼 탄탄한 솜씨다.
남들은 숨기고 싶어 하는 일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드로잉을 보면 유머감각과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재주는 타고난 모양이다. 평론가 로버트 로젠블럼은 이 드로잉에 대해 “처음부터 워홀은 친밀감과 계산된 술책 사이의 모순된 균형을 보여 주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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