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탄소배출량 감축 “우리 형편대로” 中의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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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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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지구는 하나입니다. 미래에 대한 책임 정도는 각자 달라도 함께 나눠 져야 합니다. 중국은 ‘탄소배출량 제한 한도’를 늘려 주기를 바랍니다.”

지난달 30일 난징(南京)에서 열린 12차 중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1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럽 각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에 얼마나 간절히 배출량을 줄여달라고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6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 된 중국은 지난주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 기준당’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절대량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반응이다. 중국과 달리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1990년 절대량을 기준으로 25∼40%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이와는 또 약간 다르지만 한국이 제시한 2020년 감축량도 현재 수준에서 추정되는 2020년 배출 절대량의 30%이다. 그러나 중국이 제시한 수치는 지금처럼 8% 안팎의 경제성장이 유지될 경우 2020년 추정 탄소배출 절대량의 0∼12%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향후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증가폭은 줄지라도 절대량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다지 중국을 압박하지 못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EU와의 정상회담에서 “책임은 지되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달리하고, 선진국이 솔선수범한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서 이번 감축 목표가 최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유럽이나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배출 누적량이 많은 ‘서구의 원죄’가 작용하는 데다 특히 미국은 자국이 제시한 목표치도 높지 않아 큰소리칠 형편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져 어느 국가도 중국에 큰소리치지 못하고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이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 때문에 위안화를 절상하라고 요구해도 중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탄소배출량 감축이나 위안화 논쟁 등에서 중국이 스스로를 개도국이라며 아직 책임을 덜 지려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이 스스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나서지 않을 때 세계가 중국을 ‘다룰’ 수단이 많지 않음을 보는 것 같아 걱정이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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